노태우 전 대통령 16년 끌어온 추징금 완납 결정 배경… 전두환 수사에 압박감
입력 2013-08-22 03:52
노태우 전 대통령과 동생 재우씨, 사돈이었던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 측이 미납 추징금 공동 납부에 사실상 합의하면서 16년을 끌어온 노 전 대통령 추징금 환수 작업이 조만간 종지부를 찍을 가능성이 커졌다. 검찰이 특별환수팀을 꾸려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은닉재산을 샅샅이 훑으며 노 전 대통령 측에 대한 자금 추적도 병행하는 등 압박 강도를 높이자 결국 자진 납부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은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반란·내란과 뇌물수수죄 등으로 기소돼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징역 17년과 추징금 2628억9600만원을 선고 받았다. 현재까지 97차례에 걸쳐 2397억9300만원이 국고에 귀속됐고, 231억여원은 미납됐다.
미납된 추징금은 결국 노 전 대통령 비자금을 맡아 관리했던 동생과 전 사돈이 메우게 될 전망이다. 노 전 대통령은 1988년과 1991년 재우씨에게 120억원을 보관하도록 했는데, 재우씨는 이 돈으로 냉동창고업체인 미락냉장(현 오로라씨에스)을 설립했다. 노 전 대통령은 1990년 신 전 회장에게도 230억원을 맡겼다.
이후 대법원은 2001년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과 관련한 추심금 청구소송에서 신 전 회장에게 230억원, 재우씨에게 120억원을 각각 납부하라고 판결했다. 검찰은 지난해 말까지 재우씨로부터 52억7716만원을 회수했고, 신 전 회장에게는 5억1000만원을 받아냈다.
그러나 남은 추징금 231억여원에 대해서는 서로 납부 책임을 떠넘기며 갈등을 빚었다. 지난 6월 노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씨가 검찰에 재우씨와 신 전 회장에게 맡긴 재산을 환수해 미납 추징금을 완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그러던 중 검찰이 전 전 대통령 일가를 겨냥해 대대적 공세에 나서면서 이들의 분위기가 반전됐다. 검찰의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 탓인지 각자 변호사를 선임해 물밑 교섭에 들어갔다.
신 전 회장은 지난 7월 검찰 조사를 받고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에 가족들에게 80억원 상당을 법무부가 지정하는 곳에 기부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회장 측은 추심 시효가 지나 사실상 납부 의무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재우씨 측은 “기부를 할 거면 추징금을 내는 데 보태 달라”는 뜻을 전했다. 재우씨로서는 차명으로 보유한 오로라씨에스 비상장 주식 33만9200주(액면가 5000원)을 매각하라는 법원 결정이 나오는 등 더 다급한 상황이었다.
검찰도 신 전 회장 측에 “노 전 대통령 이슈는 빨리 마무리하고 전 전 대통령 쪽에 집중하고 싶다. 추징금 충당을 해 주면 좋을 것 같다”는 의사 타진을 했다고 한다. 이들 3자가 미납 추징금 공동 납부로 의견을 모으면서 지난해 6월 노 전 대통령이 신 전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배임 진정 사건도 마무리될 전망이다. 한편 추징금 1672억원을 여전히 내지 않고 있는 전 전 대통령에 대한 비난 여론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지호일 정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