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세 가위손 “솜씨는 군산 제일”… ‘임피이용원’ 운영 채갑석씨

입력 2013-08-21 19:31 수정 2013-08-21 23:16

“요즘 다리가 꽤 불편하지만 솜씨만큼은 아직도 내가 군산에서 제일일 거야.”

이발 가위를 잡은 지 67년, 한자리에서 57년간 이발소를 운영한 이발사가 있다. 전북 군산시 임피면에서 ‘임피이용원’을 운영하는 채갑석(89)씨는 요즘도 주민들의 머리를 손질해 주고 있다.

그가 이발 기술을 배운 것은 22세 때인 1946년. 손재주가 많았던 그는 고향인 군산에서 이발소에 취직했다. 새벽 5시 손님들의 머리 감을 물을 길어오는 일부터 머리 감기기, 면도하기 등을 배우며 정식 이발사가 됐다.

10년 뒤 쌀 100가마의 가격을 치르고 지금의 이용원을 인수했다. 당시 논 5필지를 살 수 있는 큰 돈이었다. 그의 솜씨가 소문나자 손님들이 줄을 섰다. 종업원을 두고도 손이 달릴 정도였다.

채씨는 “손님이 몰려올 때도 한 명 한 명에게 최선을 다했고 정성껏 이발과 면도를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용 기술로 돈을 벌어 2남3녀를 모두 출가시켰다.

15㎡(약 4.5평) 남짓한 이발소는 허름하지만 그 자체가 박물관이다. 가위와 의자 2개는 수십 년을 썼고 벽면에는 옛날 ‘멋쟁이 스타일’의 사진들이 걸려 있다. 비누 거품과 덜 마른 수건 냄새, 사각사각 가위질 소리는 여전하다. 다만 20여년 전 앞에 도로가 나 건물이 사라지자 조금 뒤쪽으로 컨테이너를 놓고 이사했다.

아쉽게도 단골손님이 하나 둘씩 세상을 등지며 1990년대 들어 손님이 뚝 떨어졌다. 요즘은 1∼2명에 불과하고 공치는 날도 많지만 소일거리를 위해 가위를 잡고 있다.

그러나 기술만큼은 지금도 자신 있다.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양쪽 눈 시력이 1.5이며 손 떨림도 없다. 가격도 이발은 5000원, 면도는 3000원으로 옛 가격 그대로다. 이발과 염색을 함께할 때는 1만원을 받고 있다.

채씨는 “지난달 몸이 안 좋아져 잠시 쉬고 있지만 회복되는 한 다시 일터로 나가 가위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산=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