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에 재산 안물려 주고 기부’ 갑부들의 이유는? “물려받은 재산, 利보다 害가 크기 때문”

입력 2013-08-21 19:30 수정 2013-08-21 21:41


온갖 편법을 동원해 자식에게 수십, 수백억원대 재산을 물려주는 재벌이 상당수인 우리나라와 달리 자식에게 필요한 만큼만 주고 사회 기부를 공공연히 밝히는 재벌들도 세계에는 많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21일(현지시간) 자신의 막대한 부를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대부분 기부하기로 한 대부호 15명의 상속에 대한 입장을 소개했다.

20대에 헤지펀드를 창업, 33세이던 2007년 15억 달러(1조6760억원)의 재산으로 경제전문 포브스지가 선정한 미국 400대 부자에 최연소로 선정됐던 원유 트레이더 존 아널드에게는 세 자녀가 있다. 하지만 아널드는 일찌감치 “자식들에게 재산 상속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신 재단을 설립해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지원하는 일에 쓰기로 했다. 그의 부인 로라 아널드는 “우리 부부는 자녀들에게 물려받는 재산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십조원 재산의 99%를 기부하겠다고 공언한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재산 절반 기부 캠페인 ‘기빙 플레지(Giving Pledge)’를 주도하고 있다. 빌 게이츠와 미국 석유업계 거물인 T 분 피켄스도 동참하고 있다. 피켄스는 “나는 돈을 벌고 쓰는 것을 좋아하지만 물려받은 재산은 좋아하지 않는다”며 “물려받은 재산은 이로움보다 해가 크기 때문”이라고 캠페인 참여 이유를 설명했다. 버핏도 상속에 관해 “내 자식들이 뭔가 할 수 있다고 느낄 만큼의 재산을 주고 싶지,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을 만큼 많은 재산을 주고 싶지는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중국의 액션 배우 청룽(成龍)도 아들 제이시 챈에게 수백만 달러를 물려줄 생각이 없고, 죽고 나면 재산 절반을 기부하겠다고 했다. 그는 한 방송에서 “아들이 능력이 있다면 스스로 돈을 벌 수 있을 것이고, 만약 능력이 없다면 내 돈을 다 낭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 면세점 체인 듀티프리쇼퍼스(DFS)의 공동 창업자인 척 피니는 수십년간 수조원의 재산 대부분을 익명으로 기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그는 자신이 이코노미클래스 비행기를 타고 15달러짜리 플라스틱 시계를 차며 허름한 식당에서 식사한 것처럼 자녀들에게도 어릴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시키는 등 절약을 강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