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8월 22일 세기의 재판 ‘경계 삼엄’… 호텔까지 검색대 등장

입력 2013-08-21 18:57 수정 2013-08-21 19:56


21일 오전 산둥(山東)성 지난(濟南)시 중급인민법원에서 걸어서 5분 남짓 거리에 있는 지화(吉華)호텔. 1층 로비에 들어서자 X선 검색대가 나타났다.

이 호텔에는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에 대한 재판과 관련 있는 기관은 모두 들어와 있었다. 공안과 사법기관은 물론 국무원 신문판공실 등 언론을 담당하는 정부 조직도 이곳에 임시로 자리 잡았다. 법원에서 가장 가까운 만큼 이 호텔을 정부기관 합동대책본부처럼 활용했다. 일반 투숙객은 아예 받지도 않았다.

이곳에 투숙하는 국내외 기자들은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아주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호텔방에 들어갈 수 있었다. 호텔 2층에 마련된 임시 사무실에서 별도의 프레스카드를 먼저 발급받도록 했다.

여권과 중국 외교부 신문국이 발행한 상주기자증을 제시한 뒤 대책본부 측에서 건네주는 서식에 신상 명세를 기입하고 사진까지 새로 찍어야 했다. 22일 열리는 ‘보시라이 재판’ 취재에 나선 기자들을 통제하겠다는 의도였다.

‘세기의 정치 재판’에 중국 지도부가 얼마나 신경 쓰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재판은 문화혁명 뒤 1981년 열린 4인방 재판 이후로는 가장 주목받는 재판으로 꼽힌다.

번거로운 호텔 수속을 마친 뒤 종종걸음으로 법원으로 향했다. 법원 정문 바로 앞에서는 즉석 토론회가 벌어져 보시라이 지지파들이 목청을 높이는가 하면 민원인들이 이번 기회를 이용해 자신이 당한 억울한 일을 호소하기도 했다. 충칭 출신인 60대 여성 리(李)씨는 외국 언론사 기자들 앞에서 “보시라이는 마오 주석(마오쩌둥)을 지지했다. 나는 마오 주석을 지지한다. 그럼 보시라이가 뭘 잘못했다는 것인가”라고 했다.

베이징에서 왔다는 주부 우구이전(吳桂珍·58)씨는 “사법제도가 공정한지 아닌지 두 눈으로 직접 보기 위해 일부러 여기 왔다”며 “이번 재판은 어차피 정치 재판”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보시라이 낙마가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천시퉁(陳希同) 전 베이징 서기를 친 것과 뭐가 다르냐”고 반문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 30대 여성은 자신의 남편이 조직폭력배에게 두들겨 맞아 숨졌는데도 공안기관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여성은 결국 경찰에 의해 법원 입구 경비실로 격리됐다. 그 뒤에도 비슷한 민원인은 또 나타났다.

경찰은 이날 오후부터는 정문 앞에 몰려든 시민들과 취재진을 길 건너편으로 몰아내고 폴리스 라인을 쳤다. 법원 앞에는 서방과 중국 매체는 물론 홍콩 대만 싱가포르 언론 등이 대거 현장 취재에 나섰다.

홍콩 대공보(大公報)는 보시라이가 이날 저녁 고속철도 편으로 베이징에서 지난 서역에 도착한 뒤 지난 구치소로 향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보시라이의 혐의 내용 중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는 21일 미리 비공개 심리를 했을 가능성을 제기했으나 이날 법원 주변에서는 이러한 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다.

지난시 중급법원은 자체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보시라이 재판이 22일 오전 8시30분 5호 법정에서 시작된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5호 법정은 이 법원 2층에 위치해 있다.

법원 측은 재판에 쏠린 관심이 엄청난 만큼 이날 법정 심리가 끝난 뒤 오전과 오후에 각각 지화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또 웨이보를 통해 심리 상황을 문자 중계하기로 했다.

글·사진=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