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경제민주화, 투망식 규제보다 소통으로 유연한 해법 바람직”

입력 2013-08-21 18:42 수정 2013-08-21 19:56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선출된 박용만(58) 두산그룹 회장이 경제민주화 입법과 관련 ‘투망식 규제’보다는 ‘소통’으로 유연한 해결책을 찾자고 제안했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만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 회장은 21일 서울 남대문로 상의회관에서 취임식과 기자간담회를 잇따라 열고 경제민주화 입법, 통상임금 문제, 상법 개정안, 세법 개정 논의 등 기업을 둘러싼 문제들이 너무 많아 감당하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입법과 규제의 단초는 상당부분 기업에 있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인정하면서도 필요성은 재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사자들이 모여 심도 있게 논의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면 입법이나 규제까지 가지 않고도 현명한 해결방안을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투망식 규제보다는 소통과 토론을 통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만 유연한 해결책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이날 임시의원총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박 회장을 대한상의 회장으로 선출했다. 대한상의는 전 업종의 대·중소기업을 회원사로 둔 종합경제단체로 전국에 71개 지역상공회의소를 두고 있다. 대한상의 회장에게는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장, 한중민간경제협의회 회장, 지속가능경영원 이사장 등 50여개의 직함이 뒤따른다.

지난 12일 서울상의 회장 취임 이후 전국을 돌며 지방 상공인들을 만난 박 회장은 회원사들의 공통된 고민이 통상임금 문제였다고 소개했다. 그는 “통상임금은 중소기업일수록 금액의 과다를 떠나 생존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었다”며 “노사가 합의해 지급해온 임금체계를 존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기업과 기업인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겠다는 의지도 여러 차례 내비쳤다. 그는 “기업인들이 국가 경제에 기여한 만큼 평가를 받아야 하며 맨땅에서 맨손으로 성공을 일구어낸 상공인에게는 그에 합당한 대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공인이 존경받고 국가 부강에 당당히 기여할 수 있는 선순환적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는 대한상의가 앞으로 이뤄야 할 가장 중요한 시대적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의 변화도 주문했다. 박 회장은 “기업 스스로 법과 원칙 안에서, 사회의 신뢰라는 테두리 안에서 경영활동을 해야 한다”며 “압축성장이라는 명분 아래 용인되던 잘못된 행동이 있다면 바로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취임사를 직접 작성하고 취임식에서 직원들의 축하 꽃다발 증정을 없앴다. 취임식 후에는 사무실을 돌며 직원들을 격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