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정부경] 공무원 ‘외부강의 인식’ 이래서야

입력 2013-08-22 03:00


지난 20일 오후 7시쯤 서울시의 과장급 공무원으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박원순 서울시장 등 일부 공직자들이 근무시간 중 외부 강의를 지나치게 자주 나가거나 100만원에 달하는 고액 강의료를 받는 것을 지적한 기사(국민일보 8월 21일자 2면 보도)가 인터넷에 뜬 직후였다. 이 공무원은 “다른 고위공무원들도 다 이 정도는 받는다”며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의 항의전화는 이어졌다. “빌 게이츠는 한 시간에 수천만원씩 받는데, 시간당 100만원이 많은 금액이냐”고 되묻는 전화도 받았다. “근무시간에 가지 그럼 언제 강의를 가느냐”고 타박하듯 목소리를 높이는 공무원도 있었다.

공무원들이 외부 강의를 정당한 수입원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 시장이 지난해 외부 강의로 올린 수입은 1259만6600원. 웬만한 비정규직 근로자의 연봉에 해당하는 돈이다.

공직자들의 외부 강의 관행은 공직자 후보자 청문회나 국정감사 때마다 주기적으로 지적돼 왔지만 금지하거나 규제하는 법이 없어 도통 고쳐지지 않았다. 결국 지난해 5월 국민권익위원회가 강의료 상한선 기준을 내놨다. 시간당 최대 장관 40만원, 차관 30만원, 과장급 이상 23만원 등이다. 그러나 이 규정 역시 강제성이 없어 여전히 이를 어기는 공무원들이 많다. 또 강의 횟수 제한이 없다 보니 겸직 수준으로 강의를 나가는 공무원들도 있다. “월급은 모두 저축하고 강의료로 생활비를 충당한다”고 자랑하는 공무원이 있을 정도다.

전문성을 갖춘 공무원들의 외부 강의는 다른 기관들의 업무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그러나 공무원들은 민간기업 직원이 아니다. 월급은 월급대로 받고, 근무시간에 ‘투잡’까지 뛰라고 국민들이 세금을 내는 것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경 정책기획부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