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채용 해준다더니… 금융정보 빼내 ‘파밍’에 이용
입력 2013-08-21 18:31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는 대학생들에게 채용시켜주겠다며 접근해 금융정보를 빼낸 전화 사기단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금융회사 홈페이지로 가장한 사이트로 유인하는 ‘파밍’ 수법으로 돈을 가로채기도 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1일 채용을 빌미로 은행 계좌번호 등 금융정보를 넘겨받아 금융사기계좌로 이용한 혐의(사기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로 중국동포 박모(30)씨 등 2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14일 한 아르바이트 중개 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려둔 대학생 이모(23·여)씨에게 연락해 “채용됐으니 신용카드 겸용 사원증을 만들어야 한다.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알려 달라”고 한 뒤 넘겨받은 계좌정보를 금융사기 출금 계좌로 이용한 혐의다. 아르바이트를 급하게 구하려던 이씨는 별 다른 의심 없이 계좌정보를 건넸다. 이들은 이씨 외에도 이력서를 올려놓은 다른 대학생들에게 접근해 이들 명의의 체크카드 등을 범행에 활용했다.
건네받은 계좌 정보는 ‘파밍’ 사기에 이용됐다. 김모(48)씨는 지난 16일 자신의 컴퓨터가 악성코드에 감염된 줄 모른 채 인터넷에 접속했고, ‘보안등급을 강화해야 한다’는 공지를 발견했다. 이는 박씨 등이 ‘파밍’ 사기를 벌이기 위해 설정한 가짜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서 보낸 메시지였다. 김씨는 금감원의 지시라고 믿었고 곧바로 인터넷 뱅킹 아이디, 비밀번호,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등을 입력했다. 이후 그의 계좌에서 3606만원이 빠져나갔다.
이들은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인터넷 전화를 사용하고, 중국에서 이용되는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해 연락을 주고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이 같은 수법으로 50명을 가짜 사이트로 유도해 5억원을 가로챈 것으로 파악하고 나머지 인출책을 추적 중이다.
김유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