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상담 해준다더니… 점포 소개비만 받고 나 몰라라
입력 2013-08-21 18:32
창업 컨설팅을 해준다며 돈을 받고는 전문상담 대신 점포 매물 중개에 그치는 ‘창업 컨설팅 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부동산 중개인이 아니기 때문에 중개 수수료 상한도 정해져 있지 않아 창업 준비자들은 상담을 의뢰했다가 울며 겨자 먹기로 덤터기를 쓰고 있다.
김모(33)씨는 지난달 서울 강남 지역에 카페를 열기로 결심했다. 유동인구·시장 조사를 했지만 처음 창업을 하는 터라 막막했다. 김씨는 인터넷을 통해 강남의 한 창업컨설팅 업체를 찾았다. 이 업체는 부지 선정부터 사후 관리까지 모든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곧바로 ‘좋은 부지가 있다’며 두 곳을 데려갔고, 기존에 운영되고 있는 카페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한 곳의 계약을 진행토록 했다. 김씨는 ‘상담 비용’으로 200만원을 지급했다.
가게를 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커피 기계가 고장 났다. 김씨가 도움을 요청했지만 업체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김씨는 결국 고장 난 기계를 혼자 처리했다. 가게 부지를 소개받은 것 이외에 김씨가 창업 컨설팅이라며 상담 받은 내용은 보건증 등록 절차뿐이었다. 전문적인 창업 컨설팅은 없었던 것이다. 김씨는 21일 “임대차 계약부터 창업 이후 관리까지 도와주겠다고 해서 창업컨설팅 업체를 찾았는데 부동산 중개업자가 하는 일에 그쳤다”고 말했다.
즉석요리 가게를 열기 위해 창업컨설팅 업체 문을 두드린 김모(38)씨 역시 컨설팅 업체가 ‘위생교육을 받고 보건증을 받아야 한다’는 기본적인 얘기조차 알려주지 않아 애를 먹었다. 그는 “어떤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도 알려주지 않아 환불을 요청했지만 ‘창업하는 업주가 알아봐야 하는 내용’이라며 모른 척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문제는 컨설팅 업체가 수수료로 수백만원을 받지만, 이들이 제공하는 정보는 인터넷에 흔하게 공개된 내용이거나 단순히 부동산을 중개하는 수준이라는 점이다. 또 창업컨설팅 업체는 부동산 중개인으로 등록돼 있지 않아 부지 소개비용으로 수수료를 받아도 ‘부동산 중개 수수료’로 분류되지 않는다. 수수료 상한이 있는 부동산 중개업체와 달리 별도의 법 규제를 받지 않아 부르는 게 값이라는 것이다. 이를 노려 업체는 부지 소개비용이 아닌 ‘상담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약 100여개의 창업컨설팅 업체가 영업 중이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