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프로필이 신분증?… 술집·편의점 업주들 주민증 대신 성인 확인

입력 2013-08-21 18:31

신분증 검사를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프로필로 대신 하는 술집이나 편의점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를 악용해 일부 청소년들이 가짜 SNS 계정을 만들어 술집에 드나들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 김모(16)군은 지난 5월 기존 사용하던 페이스북 계정과는 별도로 새로운 계정을 만들었다. 여기에 자신의 출생연도를 1994년생이라고 적었다. 실제 97년생인 김군은 한 친구로부터 “요즘 술집이나 편의점은 신분증이 없으면 페이스북 프로필로 ‘민증 검사’를 대신하더라”는 얘기를 듣고 나이를 속여 추가로 계정을 만든 것이다.

실제로 김군은 이달 초 ‘민증 검사용’ 페이스북을 이용해 서울 개봉동의 한 술집에 들어갔다. 신분증을 요구하는 술집 아르바이트생에게 “깜박하고 집에 놓고 왔다. 대신 페이스북 프로필로 성인인 것을 확인시켜 주겠다”고 말한 뒤 가짜 페이스북 프로필을 내밀었다. 아르바이트생은 프로필에 적힌 생년월일과 사진 등을 훑어보더니 아무런 의심 없이 술을 팔았다.

지난 4일 부산에서 열린 록페스티벌에서도 ‘성인 인증’ 부스를 차려놓고 신분증 검사를 한 참가자들만 술이나 담배를 구입하고 클럽에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날 신분증이 없는 이들은 SNS 프로필로 성인 인증을 대신했다. 가짜 SNS 계정을 내밀어도 확인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나 블로그에도 페이스북으로 ‘민증 검사’를 한 뒤 술집에 들어가거나 편의점에서 담배를 구입했다는 글이 수두룩하다. 신분증이 없는 청소년들에게 업주들이 먼저 “SNS 프로필로 대신하면 된다”고 제안한 뒤 술이나 담배를 파는 경우도 많다.

가짜 SNS 프로필을 만드는 청소년이 늘어나자 업주들이 청소년들의 신분증 검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본인이 사진 등을 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SNS에 올라온 프로필은 성인 인증 효력이 없다”며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여권 등 공적 증명력이 있는 신분증을 확인하지 않고 술이나 담배를 팔 경우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