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하더니… 이통시장 번호이동 다시 과열
입력 2013-08-21 18:16
한동안 잠잠했던 휴대전화 번호이동 시장이 다시 과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1일 방송통신위원회와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 17∼19일까지 번호이동 건수는 모두 6만8801건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2만7520건으로 방통위가 시장 과열 기준으로 삼는 2만4000건을 넘어섰다.
지난달 방통위가 KT를 1주일 단독 영업정지 처분한 이후 휴대전화 시장은 한동안 ‘쿨 다운’ 상태를 유지했다. KT 영업정지 기간 이후로 번호이동 건수가 평균 2만4000건 이하로 떨어지면서 규제효과가 나타난다는 기대감이 나오기도 했었다.
이통 3사는 휴대전화 시장이 다시 과열될 조짐을 보이는 것에 대해 “경쟁사에서 보조금을 쏟아 붓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남 탓을 하는 상태다. 경쟁사가 보조금을 마구 뿌리고 자신들은 그저 대응 수단으로 보조금을 일부 지급했을 뿐이라며 시장 과열을 주도하지 않았다는 항변이다.
이통 3사의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LTE-어드밴스드(A)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KT는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마케팅에 나서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KT와 LG유플러스는 LTE 가입자 2위 자리에 사활을 걸고 있다. SK텔레콤도 LTE-A 가입자 확대를 위해 공세를 펼치고 있다. 경쟁이 과열되다보니 보조금으로 ‘치킨 게임’(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쪽이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상황을 일컫는 말)을 벌이는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
실제로 보조금을 쓰지 않는 것이 이통사 실적에는 더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통 3사는 정부의 휴대전화 보조금 규제 방침에 따른 마케팅 비용 감소로 2분기 실적이 전반적으로 개선됐다. 여기에 LTE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은 증가세다.
SK텔레콤의 경우 2분기 마케팅 비용은 853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1.2% 줄었다. 반면 ARPU는 3만4012원으로, 지난해 2분기 3만2923원보다 3.3% 늘었다. LG유플러스도 마케팅 비용은 8.3% 줄었으나 ARPU는 13.1% 증가했고, KT도 마케팅 비용이 7% 줄어든 반면 ARPU는 7.4% 늘었다.
정부가 가입자 간에 차별적인 혜택을 막기 위해 보조금 규제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이동통신사만 좋게 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휴대전화 시장은 신규가입자가 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경쟁사의 가입자를 뺏어오는 방법밖에 없다”면서 “보조금만큼 확실한 효과를 주는 유인책이 없기 때문에 이통사 입장에선 보조금을 뿌리자니 비용이 늘어서 걱정, 뿌리지 않으면 고객이 줄어들까 고민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