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악몽… 또 ‘9월 위기說’

입력 2013-08-21 18:08 수정 2013-08-21 22:01


‘9월 위기설’이 5년 만에 등장했다. 2008년 위기설은 9월 15일 미국 리먼브러더스 파산을 시작으로 끔찍한 악몽으로 나타났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로 코스피지수 1000선이 붕괴되는 등 우리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 새 정부 1년차에 또 다시 어두운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다.

2008년처럼 이번 신흥국 금융위기의 원인 제공자는 미국이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실 정리와 경기 부양을 위해 달러를 무한대로 찍어 전 세계에 풀었다. 이 자금의 절반 이상은 신흥국으로 유입되면서 자산 거품 현상이 일어났다. 인도, 터키, 말레이시아 등 신흥국들은 지금까지는 달러 유동성의 힘으로 성장세를 이어왔지만 미국이 풀었던 달러를 흡수하겠다는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이 일자 외환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주가와 통화 가치가 동반 급락하는 아시아 신흥국만큼 심각하지 않지만 우리 주식시장도 21일 심리적 불안감을 드러냈다.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0.39포인트(1.08%) 떨어진 1867.46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5년 전과의 차이도 분명해지고 있다. 단기외채 비중이 5년 전보다 20% 포인트 이상이나 낮아져 자본의 급격한 유출에 대한 우려가 크게 줄었고, 외환보유액도 800억 달러가량 많아졌다.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크게 향상된 것이다. 위험신호가 켜진 인도 등 신흥국들이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 외국인 자금 유출 현상을 겪고 있는 반면 우리 경제는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고 주식시장에 외국인 자금은 오히려 순유입되고 있다. 실제 이날 원·달러 환율은 1117.4원으로 전날보다 오히려 3.4원 떨어져 5년 전의 환율급등(원화가치 하락) 현상을 찾아볼 수 없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를 마치고 아시아 신흥국 금융위기 조짐이 한국으로 전이될 가능성에 대해 “우리나라는 차별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위기론을 일축했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촘촘한 망으로 엮인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인도 같은 큰 시장이 붕괴되면 우리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외환위기는 아니더라도 단기적인 변동성이 커지면서 시장의 불안심리가 확산될 수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버냉키 거품’이 걷히면 달러 대출금에 대한 상환 부담과 통화가치 하락으로 신흥국의 고전이 불 보듯 뻔하다”고 전했다. 앞으로 정부는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시장불안 조짐이 커지면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에 따라 신속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세종=이성규 기자, 백민정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