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달 동안 10명 신청한 상품 더 내놔봐야… 은행 ‘월세대출 확대’ 실효성 의문

입력 2013-08-21 18:20

금융 당국의 주문으로 은행들이 월세 대출상품 출시에 분주하지만 실효성이 의문이다.

지금까지 넉달 동안 단 10명밖에 찾지 않은 월세대출을 은행들이 갑작스럽게 늘리도록 하는 것은 금융 당국의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9일 임원회의에서 “월세대출 종합 개선 방안을 강구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서민이 임차료 압박을 덜 수 있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내놓도록 은행들을 지도하고, 월세대출 운영 현황도 점검키로 했다.

금감원의 방침에 따라 외환은행, 기업은행 등은 월세대출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상품과 비슷하게 아파트, 일반주택, 주거용 오피스텔 등에 반전세(보증부 월세)를 포함해 5000만원까지 마이너스 대출 형태로 대출하는 방식이다. 현재 신용도 8등급까지인 월세대출 대상의 신용등급을 9등급까지 확대하거나 대출 한도를 더 늘리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금감원의 요구로 인해 마지못해 월세대출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반응은 냉소적이다.

현재 월세대출은 우리은행(우리월세안심대출)과 신한은행(신한월세보증대출) 등 두 곳만 다루고 있다. 지난 3월 말과 4월 초 출시돼 지금까지 우리은행이 5명에게 4700만원을, 신한은행이 5명에게 5400만원을 빌려주는 데 그쳤다.

월세대출이 지지부진한 가장 큰 문제는 월세대출 수요자 상당수가 저소득·저신용층일 가능성 때문이다. 월 소득으로 임차료도 내지 못할 정도인 계층에게 대출금리가 높은 상품을 제공할 경우 수요가 크겠느냐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월세대출은 신용대출과 구조적으로 다르지 않은데, 저신용자가 신용대출을 받으려면 결국 고금리를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월세 세입자인 고객만 골라 ‘월세대출 받으라’고 권유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금감원의 책상머리식 대책을 꼬집었다.

금융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전세대란 상황에서 잇따라 전·월세 대책을 마련토록 주문하자 금감원이 시장 상황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부랴부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