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으로 이집트 부통령 사퇴한 죄?
입력 2013-08-21 17:48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이집트 부통령이 국가적 신뢰를 배반한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20일(현지시간) 전했다.
그를 고소한 수도 카이로의 헬완대학 법대교수 사예드 아티크로는 구국전선(NSF) 등 범야권을 대표하는 자격으로 부통령에 임명된 엘바라데이가 일방적으로 사임한 점을 문제 삼았다. 엘바라데이가 대표를 지낸 NSF는 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을 축출하는 데 앞장섰던 범야권 단체다.
이집트 검찰은 아티크로 교수의 고소를 받아들여 엘바라데이를 기소했다. 전 NSF 대변인 칼리드 다우드는 “검찰 기소는 아무래도 현재 양분된 이집트 분위기를 반영한 결과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엘바라데이는 군부가 무르시 복귀를 요구하는 시위대를 무력진압 중이던 14일 사상자가 속출하자 “내가 결정하지도 않은 유혈사태에 책임질 수 없다”며 취임 한 달 만에 돌연 사표를 썼다. 사흘 뒤인 18일에는 오스트리아 빈으로 가는 비행기에 오르며 아예 이집트를 떠났다.
사태 해결을 위한 대안도 찾지 않고 발을 뺀 엘바라데이에게는 무책임하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지지자들까지 돌아서며 배신자 낙인을 찍고 이집트 등에 칼을 꽂은 인물로 묘사했다. 무르시 복귀 반대 세력은 엘바라데이의 사퇴가 국제사회에 과도정부가 잘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남겼다고 비판한다.
고소인인 아티크로 교수는 엘바라데이가 유죄 판결을 받으면 징역 3년형이 될 것이라고 본다. 경범죄로 인정돼 1430달러(약 160만원)의 벌금형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엘바라데이에 대한 재판은 다음 달 19일 카이로법원에서 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빈에서 가족과 거주 중인 엘바라데이가 참석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한편 하젬 엘 베블라위 과도정부 총리는 20일 미국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내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계속 문제를 겪긴 하겠지만 몇몇 이웃 나라에서 본 것과 같은 내전으로 치달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의 무력진압이 정당했다고 주장하며 후회는 없다고 강조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