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부정선거 반면교사 삼아라” 野특위위원들, 靑에 서한 보내려다 거부당해
입력 2013-08-21 17:31 수정 2013-08-21 22:16
국회 국가정보원 국정조사특위 소속 야당 의원들이 21일 국정원의 대선 개입의혹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촉구하는 서한을 청와대에 전달하려다 거부당했다. 서한에는 4·19 혁명을 촉발시킨 3·15 부정선거를 언급하며 “반면교사로 삼기 바란다”는 경고가 담겼다.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소속 특위 의원들은 오후 박 대통령에게 쓴 공개서한에서 “박 대통령은 2007년, 3·15 부정선거에 반발해 마산에서 일어난 대규모 시위 정신을 기리는 3·15 민주묘지를 참배한 바 있다”며 “3·15 부정선거가 시사하는 바를 잘 알고 있는 만큼 반면교사로 삼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들은 서한에서 국정원 사태에 대한 대통령 입장 표명,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권영세 주중대사 청문회 출석 보장, 국정원 사태 책임자 처벌,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 등 4가지를 요구했다.
의원들은 청와대를 방문해 박준우 정무수석에게 서한을 전달하려 했지만 만나지도 못했다.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은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대선 불복의 본색을 드러냈다”며 발끈했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지난 대선을 3·15 부정선거에 비유한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국민 모독”이라며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다.
앞서 오전 특위가 개최한 마지막 청문회는 야당만의 ‘단독’ 회의로 끝났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전원 불참했고 증인석도 텅 비어 있었다. 민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증인선서를 거부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위증 의혹이 제기된 국정원 여직원 김하영씨와 최현락 전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을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고 말했다. 야당 위원들은 진실규명을 위해 특검을 요구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특검 주장은 여야 정쟁 구도를 계속 유지하려는 술수”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같은 당 조명철 의원의 ‘광주 경찰’ 발언에 대해 “통합을 해치는 지역적 발언이 있었던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조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이에 맞서 새누리당은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청문회에서 ‘국정원 사건의 핵심 수사라인이 대부분 TK(대구·경북)’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윤리위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편 여야는 국회 예산결산특위 첫 전체회의를 열어 간사 선임 등을 의결했다. 하지만 국정원 사태를 둘러싼 대치로 본격적인 심사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임성수 정건희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