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이기수] 병원감염 관리 시급하다

입력 2013-08-21 17:43


병원이 더 무섭다는 말이 있다. 어디보다 청결해야 할 병원이지만 그만큼 병균도 많아서 되레 질병에 걸릴 가능성도 높다고 해서 나온 말이다.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의 경우 병원 출입을 제한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대한병원감염관리학회는 매년 30만명 정도가 원내감염으로 인해 치료 및 입원일수가 늘어나고, 그로 인해 약 1만5000명이 목숨을 잃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마디로 병을 고치러 갔다가 생각지도 못한 유탄에 맞아 귀한 생명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는 우리가 병원감염을 줄이는 데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를 위해 2006년부터 대한병원감염관리학회와 함께 전국병원감염감시체계(KONIS)를 운영 중이다. KONIS는 우리나라에서 병원 내 감염사고가 얼마나 일어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국내 유일의 통로다. 이에 따르면 2011년 7월부터 2012년 6월까지 1년간 전국 81개 병원 143개 중환자실에서 발생한 카테터(도관) 삽입에 의한 요도 및 혈액감염과 인공호흡기에 의한 폐렴 발생건수만 3374건이나 된다. 입원 환자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감염사고가 병원당 41.65건, 전국적으로 하루 평균 9.24건씩 일어났다는 뜻이다.

병원감염은 감염 경로에 따라 외인성 감염(교차 감염)과 내인성 감염으로 나뉜다. 환자나 병원 직원, 면회인 등 사람에서 사람을 매개로 하는 경우 또는 사람에서 수술기구나 도구 등 물품을 매개로 한 감염을 외인성 감염이라고 한다. 반면 내인성 감염은 자기 체내에 상주하고 있던 유해 미생물에 의해 감염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가장 흔한 병원감염은 전체의 약 45%를 차지하는 요도감염이다. 이어 창상감염(25%), 혈액감염(20%), 폐렴(15%) 등의 순서로 생긴다. 대개 대장균이나 연쇄상구균, 포도상구균, 그람음성균 등의 병균에 오염된 카테터나 수술기구, 인공호흡기 따위를 중환자 또는 입원 환자에게 적용하는 과정에서 감염된다. 흔히 감염관리 전문가들이 원내감염의 경우 수술방과 중환자실 등 위험 구역과 수술기구 등에 대한 멸균관리만 철저히 해도 90% 이상 예방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선 병원 내 각종 시술 현장에서 재사용 시 반드시 멸균 처리해야 하는 기구를 멸균 대신 한 단계 낮은 수준의 소독만 한 채 다시 수술에 이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대한간호협회 수술간호사회 우진하 회장은 “멸균 처리를 꼭 해야 할 상황에서 비용과 인력 부족을 이유로 소독만으로 대체하는 곳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제대로 멸균 처리가 안 된 수술기구로 인한 창상감염은 항생제 투여가 불가피한 상황을 만들며, 결국 항생제 내성균 노출 위험까지 높이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보건복지부 주도로 현재 4년마다 한 번씩 실시되는 의료기관인증평가과정에서 멸균 처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꼼꼼히 점검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병원감염, 특히 수술감염을 줄이기 위해선 무엇보다 정부 차원에서 수술기구 등에 관한 표준 멸균관리지침을 개발, 보급하고 이를 제대로 준수하는지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병의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것보다 병에 걸리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좋다.’ 베스트셀러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 스티븐 코비의 충고다. 원내감염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국내 병원들에 들려주고 싶은 비유다.

왜냐하면 병원감염 문제야말로 사후약방문보다 사전차단방식이 훨씬 더 좋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야 환자들은 합병증 발생으로 생명이 위험해지는 안전사고를 미리 차단할 수 있고 뜻밖의 감염으로 입원기간이 길어지는 것도 막을 수 있다. 병원 측 역시 감염관리 실패로 집중치료를 더 받아야 하는 환자 때문에 심해지는 병상 회전율 둔화와 수입 감소 현상을 막는 효과가 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