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의구] KZ 다하우
입력 2013-08-21 17:43
독일 남부 뮌헨에서 북서쪽으로 16㎞ 떨어진 KZ(Konzentrationslager·강제수용소) 다하우는 최초의 나치 수용소다. 바이에른 지방을 장악한 뮌헨 경찰총수 하인리히 히믈러의 지시로 1933년 3월 22일 문을 열었다.
원래 독일 국적 공산당원 같은 정치범 수용소였지만 오스트리아 체코 폴란드 등 독일 점령지에서 이송된 유대인 등이 수감됐다. 20만명이 이곳을 거쳐 갔고 4만여명이 굶주림과 질병, 과도한 노동으로 죽어갔다. 1945년 4월 미군이 수용소를 점령했을 당시 3만2000여명의 수감자들은 넋이 나간 상태였고, 40량의 열차에는 칸마다 100구가 넘는 시신이 발견됐다. 다하우는 이후 폐쇄됐다가 지금은 전쟁범죄의 위험성을 일깨우는 기념관 역할을 하고 있다.
1980년대 우리나라에도 소개된 미국 미스터리 드라마 시리즈물 ‘환상특급’ 가운데 ‘사자의 방문’은 이곳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다하우 수용소장이었던 군터 루체는 전쟁이 끝난 뒤 폐허가 된 수용소를 찾았다가 알프레트 베커 등의 수감자들과 재회한다. 베커는 그의 반인도주의적 행위들을 비난하지만 루체는 그저 상부의 명령을 이행했을 뿐이라고 변명한다. 그러나 루체는 베커로부터 유죄를 선고받고 형벌로 자신이 가했던 정신적 공포와 고통을 체험하게 된다. 하지만 베커는 이미 17년 전 루체에 의해 살해된 인물이었고 루체는 2시간 만에 미친 상태로 발견된다.
에피소드 말미에 작가인 로드 설링은 “다하우 수용소는 유지돼야 한다. 어떤 이들이 지상을 무덤으로 바꾸려고 할 때 기념비가 되기 때문이다. 이 기념비를 잊고, 더 이상 기억에 시달리지 않게 되는 순간 우리는 무덤을 파게 된다”고 말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0일 다하우 수용소를 찾았다. 메르켈 총리는 희생자의 넋을 기린 뒤 “이곳은 독일이 인종과 종교, 성별 등의 이유로 생존권을 빼앗는데 얼마나 극단적으로 치달을 수 있는지를 영원히 경고한다”고 연설했다. 독일 야당은 다음달 예정된 총선과 관련 있다며 방문의 진정성에 의문을 표시했다고 한다.
이런 정치 풍토는 일본과 비견된다. 선거 때마다 군국주의를 상기시키는 극우적 공약이 버젓이 전략으로 등장하고 또 유효성이 입증되는 일은 독일에서는 언감생심이다. 일제 만행은 틈만 나면 부인하면서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앞 다퉈 참배하고 공물을 바치는 일본 정치 지도자들이 기념비를 잊고 무덤을 다시 파지나 않을까 우려스럽다.
김의구 논설위원 e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