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걷고 날아 동강의 비경 속으로… 정선 스카이워크·짚와이어 인기폭발
입력 2013-08-21 17:23 수정 2013-08-21 23:16
하늘을 날고 하늘을 걷는 스릴 만점의 이색 레포츠가 무더위와 스트레스를 한꺼번에 해소하는 비밀병기로 각광을 받고 있다. 화제의 비밀병기는 한국의 대표적 오지인 강원도 정선의 병방치에 설치된 스카이워크(Sky Walk)와 짚와이어(Zip Wire). 지난해 6월 첫선을 보인 스카이워크와 짚와이어는 휴가철이나 주말에는 표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운 익스트림레포츠 시설이다.
병방치는 ‘뱅뱅 도는 산길의 고개’라는 뜻으로 귤암리와 정선읍내를 연결하는 병방산 고갯길을 말한다. 1979년에 우마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이 생기기 전까지 귤암리 주민들이 정선 오일장에서 구입한 생필품을 지게에 지고 넘던 험준한 산길로 한반도 지형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던 곳이다. 지난해 정선읍내의 시외버스터미널 옆에 위치한 아리힐스 주차장에서 병방치 전망대까지 약 3.5㎞ 구간에 포장도로가 건설돼 이제는 자동차로 손쉽게 오르내릴 수 있게 됐다.
‘하늘의 정원’으로 불리는 스카이워크는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처럼 깎아지른 절벽 위에 위치하고 있다. 해발 583m 높이의 절벽 끝에 길이 11m, 폭 2m의 U자형 철구조물을 까마득한 벼랑 끝으로 돌출시키고 바닥에는 강화유리를 4층으로 겹쳐서 깔았다. 초속 50m의 강풍에도 끄떡없는 스카이워크의 동시이용객은 20여명.
200m 아래 수직절벽의 경사면이 훤히 보이는 스카이워크는 오메가 모양으로 흐르는 동강의 비경과 한반도 지도를 닮은 밤섬을 한눈에 조망하는 전망대.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도 첫발은 조심스럽게 내딛지만 이내 발아래 펼쳐지는 비경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하늘을 산책한다. 드물게 공포에 휩싸인 얼굴로 비명을 지르며 한 걸음도 못 떼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곧 익숙해진다.
정선군에서 만든 스카이워크와 짚와이어를 위탁 운영하는 아리힐스 리조트의 고태인 회장은 “스카이워크에서 바라보는 한반도 지형은 사계절이 모두 아름답지만 오색단풍으로 물드는 가을과 설경이 멋스런 겨울을 최고로 꼽는다”고 말한다. 동강의 물줄기를 붉게 채색하는 해질녘 풍경과 밤하늘의 별이 쏟아지는 초저녁 풍경, 그리고 동강에서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풍경도 한 폭의 그림.
병방치 정상의 스카이워크 옆에 위치한 짚와이어 탑승장은 착륙장인 동강생태학습장까지 표고차가 325.5m로 미국 알래스카 짚와이어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 와이어 길이도 1.2㎞로 아시아 최장을 자랑한다. 짚와이어는 까마득한 절벽 아래의 한반도 지형을 향해 총알처럼 날아가는 것이 특징. 중간에 와이어를 지지하는 구조물이 없어 더욱 짜릿한 스릴감을 맛보게 된다.
병방치 짚와이어는 한번에 4명이 탑승하도록 4개의 와이어로 구성돼 있다. 낙하산 등에 이용되는 안전의자인 하네스에 앉아 진행요원이 채워주는 허리벨트와 어깨벨트를 착용하면 강하 준비 완료. 이어 출입문이 덜컹 소리를 내면서 열리는 순간 번지점프를 하듯 온몸이 발아래 허공 속으로 내던져진다.
낙하산을 매고 비행기에서 뛰어내릴 때의 스릴이 이처럼 짜릿할까. 고공에서 한반도를 향해 자유낙하할 때의 기분이 이처럼 황홀할까. 공포의 순간이 지나자 동강에 둘러싸인 한반도 지형이 줌렌즈로 당기듯 점점 크게 보이면서 비경 속으로 빨려드는 황홀감에 온몸이 짜릿해진다. 경사도가 30%인 짚와이어의 속도는 시속 70∼120㎞로 활강시간은 1분20초 정도. 동승한 탑승객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질주하다보면 이내 착륙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짚와이어 착륙장이 위치한 광하리 일대에는 내년 완공을 목표로 아리힐스 친환경 펜션과 로프웨이도 들어선다. 로프웨이는 짚와이어를 이용한 탑승객들이 다시 병방치 탑승장으로 되돌아가는 탑승수단으로 짚와이어가 무서워 못타는 관광객들도 이용할 수 있다. 현재는 광하리에서 아리힐스 주차장까지 40분 간격으로 셔틀버스가 다닌다.
병방치 전망대에는 롯데리아와 커피숍 등 편의시설도 갖춰져 있어 일반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다. 특히 짚와이어 탑승장 주변은 야생화 천국으로 약 3㎞에 이르는 등산로도 조성돼 있다. 스카이워크 요금은 어른 5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짚와이어 탑승료는 4만원(스카이워크는 무료 이용). 짚와이어 탑승객은 하루 300∼400명으로 전화 예약을 해야 이용할 수 있지만 50%는 현장에서 발권한다(예약 033-563-4100).
동강생태체험학습장 상류의 동강변 절벽은 동강할미꽃이 서식하는 생태보전구역으로 강변에서는 래프팅도 즐길 수 있다. 아리힐스 주차장 인근에 위치한 음식점 ‘산촌’(033-563-8989)은 곤드레밥과 숯불갈비 전문점으로 된장찌개 등 곁들여 나오는 반찬이 깔끔하고 맛있다.
정선=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