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가정 향한 비뚤어진 시선… KBS1 ‘KBS 파노라마’
입력 2013-08-21 18:36
KBS 파노라마(KBS1·22일 밤 10시)
레띠홍화(사진)씨는 15년 전 베트남을 떠나 산업연수생 신분으로 한국에 왔다. 우리나라 남성을 만나 아들 두 명을 낳았고, 행복한 가정을 꿈꿨다. 하지만 남편이 세상을 뜨면서 그에겐 감당하기 힘든 불행이 찾아왔다. 그는 남편이 남긴 빚 수천만원 때문에 협박에 시달렸다. 파산신청을 했고 빈털터리가 됐다. 그런데 이런 그를 더 힘들게 한 건 자식들을 향한 우리 사회의 차별이었다.
“초등학교 운동회 날 운동장에서 아들이 혼자 김밥 먹는 모습을 보고 울었어요. 아들을 안아주면서 말했어요. 엄마가 미안해, 미안해….”
실제로 그의 아들 경민(15)군이 털어놓는 이야기는 충격적이다. 초등학교 시절, 그는 의사가 꿈인 활달한 아이였다. 하지만 학급 아이들에게 어느 순간부터 놀림을 당하기 시작했다. “너는 베트남으로 돌아가라”는 말도 들었다. 따돌림을 당하면서 그의 성적은 꼴찌로 떨어졌다. 스트레스 때문에 탈모증세까지 왔다. 학교생활은 엉망이 됐고 그는 문제학생으로 전락했다.
“엄마가 베트남인이라고 놀리는 애들이 너무 싫었어요. 놀림을 당하고 맞는 것도 힘들었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서 그게 더 힘들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태어나는 신생아 20명 중 1명은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다. 프로그램은 레띠홍화씨 가족이 보낸 시간과 이들의 일상을 통해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시선에 대해 지적한다.
제작진은 “이들이 세상을 배워야 할 나이에 절망하고 외톨이가 되어버렸을 경우 개인적 손실은 사회적 부담으로 이어진다”며 “시급한 것은 (이들에게) 희망을 되찾아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