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 앞에 선 마술사들 파리에 있는 은행을 3초 만에 터는데…

입력 2013-08-21 17:32


‘나우 유 씨 미: 마술사기단’

4명의 마술사로 구성된 ‘포 호스맨’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모인 관중 앞에서 초유의 마술을 선보인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은행을 3초 만에 터는 공간이동 마술이다. 순식간에 거액을 털린 은행에서는 초비상이 걸리고 마술을 지켜보던 관객들은 환호한다. 22일 개봉되는 할리우드 영화 ‘나우 유 씨 미(Now you see me): 마술사기단’은 범죄 스릴러에 마술을 덧입힌 작품이다.

각 분야에서 한가락 하는 ‘선수’들이 뭉쳐 물건을 훔치는 할리우드 영화 ‘오션스 일레븐’이나 한국 영화 ‘도둑들’과 전개 과정이 비슷하지만 대중이 좋아할 만한 마술이라는 소재를 버무려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은행을 터는 장면은 눈속임인지 실제인지 헷갈리게 하고, 쫓고 쫓기는 자동차 추격 장면은 경쾌하고 빠르게 전개돼 눈요깃거리를 제공한다.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 딜런(마크 러팔로)은 포 호스맨을 절도 등의 혐의로 긴급체포하지만 범죄사실을 입증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풀어준다. 그러나 비슷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딜런은 이들을 다시 추격한다. 포 호스맨의 일거수일투족을 훤히 꿰고 있는 마술 컨설턴트 태디어스(모건 프리먼)가 FBI를 돕는 정보원으로 가담하면서 사건은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내닫는다.

기존의 마술 소재 영화들과 차별화되는 점은 첨단 과학기술이 접목된 ‘하이테크 매직 쇼’를 선보인다는 것이다. 3초 만에 사람을 라스베이거스에서 파리로 순간이동 시키는가 하면 고층 빌딩의 외관을 통째로 다른 모습으로 바꿔버리기도 한다.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마술사들이 엄청난 양의 지폐로 변신하는 장면에서는 눈을 의심하게 만든다.

속사포 같은 대사로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는 제시 아이젠버그(마이클 역)와 노련하게 최면술을 걸어 사람들의 마음을 훔치는 우디 해럴슨(메리트 역)의 연기가 볼거리다. 제작비 7500만 달러를 들인 작품으로 지난 5월 말 미국에서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면서 2억 달러의 흥행수입을 거뒀다. 개봉 당시 ‘스타트렉 다크니스’ ‘아이언맨 3’ ‘위대한 개츠비’ 등 대작들과 경쟁을 벌였다.

감독이 반전 강박증에 걸린 탓일까. ‘인크레더블 헐크’ ‘타이탄’ 등을 연출한 프랑스 출신 루이스 리터리어 감독은 반전을 위한 반전을 영화에 몇 차례 집어넣었다. 그러다보니 결정적인 반전이 쇼킹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마술을 통한 환상적인 반전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12세 관람가.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