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를 넘어 함께하는 우리로 (34)] 남북 ‘또래’ 통일 향한 평화의 동행 시작한다
입력 2013-08-21 17:14 수정 2013-08-21 19:51
길 위의 평화학교
북 이탈주민 정서 지원과 소통의 장 필요
북한이탈주민 2만5210명(2013년 5월 기준 통일부 통계자료) 시대다. 2012년 김정은 체제 이후 북한이탈주민 입국 수가 1000명대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지난 6년간 한해 기준 20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정치와 이념의 문제를 떠나 살기 위해 하나뿐인 목숨을 걸고 국내에 입국하지만 남한 사회에서의 적응은 쉽지 않다. 하나센터의 1년 적응지원 이후 정착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북한이탈주민들에게 정서적 지원과 소통의 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여행을 통한 삶의 나눔, ‘길 위의 평화학교’
한국YWCA는 남한민과 탈북민이 여행과 이야기 나눔을 테마로 하는 평화의 동행을 시작한다. 길 위의 평화학교는 서울Y, 부산Y 새터민지원센터, 청주Y가 지역별로 실시한다. 남한과 탈북 청소년, 대학생, 젊은 여성 그룹을 대상으로 서로를 이해하며, 평화 감수성을 향상시키고, 또래가 가지고 있는 고민을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현재 한국YWCA는 부산Y와 전주Y에 새터민지원센터를 운영 중이다. 새터민지원센터는 주로 새터민들의 취업상담과 취업알선 그리고 진로지원 상담을 하고 있다. 또 새터민들을 위한 정서 지원과 심리 프로그램, 남북 주민교류 사업과 지역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식개선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탈북민 지원에 한발 더 나아간 길 위의 평화학교는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연령대로 구성해 정서적 지원과 소통의 장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북한 청소년에게는 남한 사회 적응과 또래문화를 공유하게 하고, 남한 청소년에게는 탈북민에 대한 이해와 관심의 기회를 제공한다. 나아가 지속적인 평화통일 의식 향상 기회를 갖게 함으로써 남북통일을 대비한 통일준비세대의 지도자로 성장하길 기대하고 있다.
길 위의 평화학교는 5개월 동안 14번의 모임으로 진행된다. ‘친해지는 길’을 통해 서로에 대한 낯설음을 없애고 ‘나를 찾아가는 길’을 통해 자신을 좀 더 파악하는 시간을 갖는다. 또 ‘가정의 행복을 찾아가는 길’에서는 양성평등의 강의를 듣고 남한과 북한의 청년들이 각자의 경험에 따라 양성평등에 대한 생각을 나눈다. 이후 진행되는 ‘우리 지역에서 평화를 찾는 길’에서는 비폭력에 대한 강의를 듣고 지역사회의 현안인 현장 탐방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나눈다. 이어 지속되는 모임을 통해 남북 청소년의 이해와 공감을 확장시키고 ‘한반도에서 평화를 찾아가는 길’을 모색한다. 아울러 평화통일 강의를 듣고 이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간다.
남한과 탈북민 또래가 친구로
길 위의 평화학교는 남한과 탈북민 또래가 ‘친구’의 관계로 참여하는 게 특징이다. 강의 이후에 진행되는 탐방프로그램을 통해 서로를 더욱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어디에서도 마음을 드러내기 힘들었던 탈북민들이 또래들에게 고민을 편안하게 이야기하고, 탈북 과정에서 겪었던 정서적인 상처들을 여행을 통해 치유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한국YWCA연합회는 평화와 통일에 관심이 많은 남한과 탈북청년으로 이뤄진 ‘YWCA PR(Peace Reporter)기자단’을 만들어 이들과 함께 길 위의 평화학교 프로그램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YWCA의 평화와 통일 활동을 홍보하고 있다.
길 위의 평화학교에 참가하는 남한민과 탈북민 참가자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면서 함께 평화의 길을 걷는다. 이들의 한 걸음은 통일을 준비하는 평화의 큰 몸짓이다.
최지혜(한국YWCA연합회 평화나눔팀, 북한어린이돕기사업단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