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섭생 ‘동의보감 지혜’ 만화로 알린다… 20권 계획 ‘허허 동의보감’ 1권 펴낸 허영만 화백

입력 2013-08-20 19:46


우리나라 최고의 만화가 허영만(65) 화백이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허준의 동의보감(東醫寶鑑)을 만화로 그린 책 ‘허허 동의보감’(도서출판 시루) 제1권을 펴냈다.

그는 20일 서울 재동에서 기자들과 만나 “동의보감을 직접 읽어 보니 너무 유익한 책이라고 느끼게 됐다”며 “의학 상식이 없는 독자들이 읽고 도움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표작인 ‘식객’을 그리다 음식과 섭생이 건강을 좌우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동의보감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허 화백은 직업병으로 어깨가 아프자 이를 만화로 그려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렇게 시작된 ‘허허 동의보감’ 프로젝트는 2010년 7월 3명의 한의사와 함께 공부를 시작해 준비기간 1년에 공부하는 시간만 2년이나 걸렸다. 동의보감 전체를 다루며 총 20권으로 발행될 예정이다. 그는 요즘도 매주 수요일 저녁엔 동의보감을 읽고 이해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동의보감은 기본적으로 스토리로 엮기 어려운 면이 있다. 이 때문에 그간 동의보감을 그린 드라마나 책은 모두 허준의 일대기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허 화백은 원작의 가치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건강 정보와 상식을 전달할 수 있는 에피소드 형태로 책을 구성했다.

화법도 그의 대표작인 식객과는 차이가 있다. 그는 “스토리가 있는 만화의 경우 손에 힘이 많이 들어가 오래 그리기 어려운 반면 ‘허허 동의보감’의 화법은 그리기도 쉽고 개인적으로 재미도 있다”며 “전체 주제에만 벗어나지 않는다면 내가 그리고 싶은 대로 작업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했다.

1권에는 병의 근원을 따져보는 방법, 자연의 이치에 맞게 건강을 지키는 방법, 약초들에 대한 설명, 보약과 민간요법이라 불리는 단방(單方)도 설명돼 있다. 허 화백은 동의보감을 배우고 그리면서 어떻게 달라졌을까.

“동의보감은 치료보단 예방이 목적입니다. 병이 나지 않도록 하는 거죠. 동의보감을 공부하면서 제일 변한 것은 음식을 먹을 때 궁합을 따져 본다는 겁니다. 돼지고기를 상추에 싸먹는 것은 둘 다 찬 성질이기 때문에 소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배우곤 깻잎과 함께 먹습니다.”

이번 책은 세상에 나온 지 400년이 넘은 허준의 동의보감을 만화로 재해석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허준과 허 화백이 모두 양천 허씨라는 점도 흥미롭다.

“20권까지 그리려면 제가 먼저 건강해야 할 것 같아요. 5년은 걸릴 것 같은데…. 동의보감에서 가르쳐 주는 것들을 따르면 건강할 수 있다는 것을 제가 먼저 증명해야겠죠.”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