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금강산관광 회담 9월 25일 열자” 北에 역제안

입력 2013-08-20 18:54 수정 2013-08-21 01:20


우리 정부가 20일 오후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을 다음 달 25일 금강산에서 개최하자고 북한에 역제안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9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 적십자회담 실무접촉을 23일 판문점에서 개최하자고 제안했으나 북측이 이산가족 관련 회담을 23일 금강산에서 개최하고 하루 전인 22일 같은 장소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도 함께 열자고 수정 제의했었다. 북한은 특히 이날에도 오후 1시 우리 측에 보내온 통지문에서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사업은 연계돼 있으며 분리시켜 보는 것은 옳은 것이라 할 수 없다”며 두 사안의 연계 방침을 분명히 했다.

결국 남측은 금강산 관광과 이산가족 상봉을 별개 사안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북측은 둘을 연계시키고 있는 상황이어서 금강산 관광 재개는커녕 이산가족 상봉마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통일부는 20일 오후 판문점 연락 채널을 통해 북측에 보낸 통지문에서 “금강산 문제는 중단된 지 5년이 경과돼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함으로써 발전적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며 “조급히 개최하기보다 9월 25일에 실무회담을 열도록 하자”고 밝혔다. 또 “이산가족 문제는 순수한 인도적 문제로 금강산 관광 사업과 연계돼 있지 않다”며 “개성공단 합의를 계기로 남북 현안을 차근차근 풀어나가면서 신뢰를 쌓아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금강산 관광 회담을 이산가족 상봉 이후로 미룬 것은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북측에 끌려가지 않고 남북관계를 보다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것이라는 의미다. 정부 당국자는 “남북 간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가 실타래처럼 뒤엉켜 있어 신뢰제고 노력이 더 필요하다”며 “개성공단 문제가 풀렸다고 다른 현안까지 한꺼번에 풀려하면 오히려 더 꼬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금강산 관광 재개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와 상충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다만 정부는 내부적으로 금강산 관광과 유엔 대북 제재 결의는 관련이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금강산 관광이 안보리 결의가 금지한 벌크캐시(대량 현금)라면 개성공단도 벌크캐시라는 뜻인데 그게 아니다”며 “안보리 결의를 살펴보면 남북 간 상거래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개성공단도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산가족 상봉 여부는 극히 불투명해졌다. 북한이 그동안 이산가족 상봉을 금강산 관광 재개의 지렛대로 삼아왔던 만큼 쉽게 자신들의 ‘패’를 던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시작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대변인 담화에서 “남조선에서 북침전쟁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 전쟁 훈련이 개시된 것과 때를 같이해 남조선 당국자가 청와대 전쟁지휘소에서 북침전쟁 태세를 고취하는 놀음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다만 개성공단 정상화를 추진할 핵심 기구인 남북공동위원회 구성 협의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어제 온 북한의 공동위 구성 관련 서한을 검토한 결과 우리 측 안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며 “우리 측 수정안을 20일 오후 북측에 보냈다”고 밝혔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도 22일부터 26일까지 현지 생산설비 점검을 위해 개성을 방문한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