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적조 비상] 악취 심하고 끈적끈적… 폭염에 빠르게 확산 ‘속수무책’

입력 2013-08-21 04:25 수정 2013-08-20 15:50

청풍호·대청호·금강·낙동강·영산강 일대 르포

“매년 녹조가 발생하지만 올해처럼 심각한 모습은 처음 봅니다. 식수로 사용되는 물이 오염돼 걱정입니다.”

20일 오전 수도권 상수원인 충북 제천 청풍호에 녹조(綠藻)가 발생해 수돗물 식수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청풍호 지류인 제천시 금성면 중전리와 월굴리 인근 호수는 녹색 물감을 뿌린 것처럼 진녹색의 녹조가 호수 면을 뒤덮고 있었다. 호수 가장자리는 녹조 알갱이가 서로 뭉쳐 끈적일 정도로 농도가 짙어졌고 부패해 악취를 풍기는 곳도 있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린 2주 전부터 호수 가장자리에 녹색 띠가 형성되더니 심한 악취와 함께 녹조 덩어리까지 떠다니고 있었다. 빗물에 온갖 쓰레기가 떠내려 온 데다 폭염까지 겹치면서 녹조류가 빠르게 번식하고 있는 것이다.

제천시 중전리 지용기(55) 이장은 “어민들이 물고기를 잡기가 어려울 정도로 녹조가 심각하다”며 “녹조가 점점 확산되고 있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충청권 상수원인 대청호와 금강, 낙동강, 영산강 등도 상황은 비슷했다. 대청호 주변을 청소하던 주민들은 녹색으로 변한 호수를 바라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대전·청주 취수탑에 녹조가 흘러드는 것을 막기 위한 수중 차단막이 설치돼 다소나마 안심이 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대청호를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주민들은 녹조가 확산되면서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권혁재(35·충북 청주시)씨는 “당분간은 편의점에서 파는 생수를 사 먹어야 할 것 같다”며 “매년 심각해지는 녹조를 보면서 어린 자녀들의 앞날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대청호에는 보은 회남면, 청원군 문의면, 대전 동구 추동 등 3곳에 취수탑이 있다. 취수탑이 설치된 상수원 일대에 조류경보가 발령될 경우 대응 매뉴얼에 따라 관계기관들이 즉각적인 관리에 들어간다.

충북도는 대청호와 청풍호 등에 대해 녹조 발생을 확인하고 수질조사에 들어갔지만 현재까지는 수돗물에 독소물질과 냄새물질이 검출되지 않아 식수관리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낙동강 중·상류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북 칠곡군 왜관읍 금남리 낙동강 버드나무 군락지 옆 낙동강은 녹색 물감을 풀어놓은 것 같았다. 이곳은 칠곡보와 강정고령보 사이에 위치한 곳이다. 몇 년 전만 해도 30년 이상 자란 버드나무 수천 그루와 낙동강이 빚어낸 풍경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곳이다.

하지만 이날 이곳은 녹조로 뒤덮여 바닥이 보이지 않았고, 물에 반쯤 잠긴 채 말라죽은 버드나무만 눈에 띄었다.

대구환경청에 따르면 대구·경북지역 낙동강 6개보 중 하류 쪽에 있는 달성보와 강정고령보에만 내려졌던 조류 ‘관심 단계’가 지난 19일 중·상류 지역인 칠곡보와 구미보까지 확대됐다.

전남 영산강 일대도 녹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승촌보에는 마치 녹색 물감을 짜놓은 것처럼 녹조가 퍼져 있었다. 죽산보에는 녹색 띠가 형성된 녹조가 둥둥 떠다니다 보 주변으로 밀려와 말라붙는 등 녹조의 흔적이 군데군데 남아 있었다.

한국수자원공사 충주권관리단 홍기훈(55) 팀장은 “수도권 상수원인 청풍호에 발생한 녹조가 점차 확산되는 추세”라며 “이 구간의 수질 기온과 풍향 등을 계속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환경청 관계자도 “상류에 있는 상주보, 낙단보에는 아직 녹조가 발견되지 않았고 녹조 발생 지역도 식수원에는 문제가 없다”며 “주민들의 불안을 없애기 위해 검사를 주 1회에서 3회로 늘렸다”고 밝혔다.

제천=홍성헌 기자, 칠곡=최일영 기자 adhong@kmib.co.kr

Key Word - 녹조현상·적조현상

녹조(綠藻)현상은 강이나 호수, 하천에 식물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질소, 인 등 영양물질이 급증하면서 녹조류와 남조류가 크게 늘어나 물빛이 녹색으로 변하는 현상이다. 녹조가 발생하면 수중으로 햇빛이 차단되고 용존산소가 유입되지 않아 물고기와 수중생물이 죽고 수역의 생태계가 파괴된다.

적조(赤潮)현상은 수온 상승이나 대량의 담수 유입, 해수의 정체 등으로 인해 플랑크톤이 이상증식하면서 바닷물이 붉은 빛을 띠는 현상이다. 붉은색이 많지만 플랑크톤의 종류에 따라 오렌지색이나 적갈색, 갈색 등을 띠기도 한다. 적조가 발생하면 어패류들이 산소 부족으로 질식해 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