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해소커녕 정치공방만… “국정조사 왜 하나” 무용론 확산

입력 2013-08-21 04:58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국정조사가 진상 규명에 한계를 드러내고 막말 공방으로 점철된 채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정치권에서조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는커녕 정치공방의 장으로 전락하면서 국정조사 무용론이 확산되고 있다.

우선 이번에 청문회 출석 증인이 위증 시 처벌을 받겠다는 증인선서를 거부할 경우 이를 강제할 수 없는 제도적 미비점이 확인됐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지난 16일 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거부한 것에 대해 국회 차원의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 모욕죄 등으로 고발할 수도 있으나 여야가 합의하지 않으면 이마저도 쉽지 않다.

또한 국정조사가 검찰의 조사권·수사권 등과 같은 강제처분 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진실을 밝혀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 새삼 확인됐다. 특히 재판 중인 증인이 헌법상 자신에게 불리한 답변을 하지 않을 권리를 내세울 경우 이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정조사 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2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검찰도 제대로 밝히기 어려운 사항을 강제처분 권한이 없는 국회가 국정조사에서 밝혀내는 데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면서 “수사, 재판 중인 사안은 더욱 그렇다”고 밝혔다.

아울러 특위 위원들의 자질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국민적 의혹에 대한 진실을 밝혀내기보다는 일방적인 감싸기, 폭언 또는 막말로 국정조사의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렸다는 지적이다. 국회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증인들이 죄인도 아닌데 윽박지르는 행태는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며 “의원들의 막말 때문에 국정조사 무용론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국정조사가 정치공방의 장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정치적으로 대립된 사안보다는 정책적인 이슈를 대상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가계부채 청문회나 공공의료 정상화 국정조사처럼 정책적인 사안에 대해 국정조사를 해야 여야가 정치적 이해로 인한 공방보다는 제도 개선에 충실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정조사가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지 못하더라도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의혹을 해소함으로써 정치적인 소통의 장이 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국정조사가 일종의 ‘카타르시스’(자기정화)와 같은 기능을 한다는 견해다.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의 경우 대선 결과에 ‘불만’이 있는 국민들의 불복심리를 해소하면서 승복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