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속 뒤집히는 MB표 금융정책… 곳곳 부작용 우려

입력 2013-08-20 18:44 수정 2013-08-20 22:34


박근혜정부 경제팀의 이명박(MB)정부 탈색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4년 전 글로벌 투자은행(IB) 육성을 주창했던 KDB산업은행 민영화는 정책금융공사와 KDB산업은행의 재합병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이 외에 MB 시절의 서민금융 정책 및 조직 개편안도 흔들리고 있다. 정책에 새 정부의 색을 입히는 일이 필요하지만 장기 정책이 중요한 금융업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2009년 분리됐던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를 다시 하나로 합치는 개편안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산업은행 민영화를 추진하기 위해 만든 산은금융지주를 해체하는 안이 담겨 있다. 결국 2009년 MB정부가 산업은행을 민영화해 세계적인 IB를 만든다는 꿈은 4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산은과 정책금융공사의 통합으로 산은의 개인영업이 타격받을 전망이다. 산은은 민영화를 추진하며 은행 크기를 키우기 위해 다이렉트 뱅킹 등으로 개인영업에 매진해 왔다. 또 산은과 정책금융공사의 겹치는 업무에 대한 인력 줄이기도 숙제다.

MB정부가 심혈을 기울였던 서민 금융상품 육성은 이미 찬밥신세로 변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저신용자에게 저금리로 대출해주는 MB표 서민 상품인 미소금융은 2011년 3106억원, 지난해 2746억원의 대출 실적을 보였지만 올해는 지난 3월까지 640억원 대출에 그쳤다. 햇살론에는 여전히 대출자가 몰리고 있지만 연체율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햇살론 연체율은 9.8%로 2011년 4.8%의 배 가까이 뛰었다. 바꿔드림론도 국민행복기금으로 통합되며 신용 등급과 연체 조건 등이 바뀌었다.

조직체계도 흔들리고 있다. 금융소비자 보호 업무의 경우 현 정부는 아예 금융감독원과 동일한 지위의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내년 중 신설하기로 했다. 지난 정부 때 금융감독원 내에 있던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독립시키는 방안이다.

전 정권에서 임명된 금융권 인사를 무리하게 교체하려는 움직임도 금융시장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KB·NH농협·BS금융 등의 인사에 개입하며 ‘관치’ 논란이 일면서 정작 중요한 금융 공기업 인사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두 달 넘게 공석으로 있는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임기를 넘긴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은 아직도 후임 인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거래소 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거래소 이사장 선임이 두 달 이상 표류하며 방치되고 있다”며 “자본시장을 방치하는 직무유기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권 교체가 아닌 정권 연장의 성격을 지닌 박근혜 경제팀이 전 정부 정책을 잇따라 뒤집는 것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득보다 실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관되고 장기간 정책을 이끌고 나가야 하는 금융권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시중 금융사 관계자는 “금융업계로서는 정책이 수시로 바뀌면 인력 구성부터 새로 해야 될 뿐더러 또다시 정책이 중단될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먼 미래를 내다보고 경영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