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동북아 평화 정착위해 더 열심히 기도”… ‘참된평화’ 중국 평화봉사기행 현장

입력 2013-08-20 18:56


지난 14일 중국 지린성 룽징(용정)시 명동촌 명동교회 앞에서는 조촐하지만 특별한 기도회가 열렸다. 의사, 청년사업가, 직장인 등으로 구성된 낮은예수마을교회(김영식 목사) 청년들과 재중동포(조선족) 선교에 헌신해 온 서울 구산교회(홍승범 목사) 선교팀 등 20여명은 서로의 손을 잡고 조국의 독립과 평화통일을 위해 산화한 선배 그리스도인들의 삶에 대해 묵상했다.

이들은 ㈔참된평화를만드는사람들(참된평화)이 지난 12일부터 17일까지 진행한 평화봉사기행 참가자들로 명동교회 등 역사의 현장들을 방문해 한반도의 통일과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 명동교회는 윤동주 시인과 문익환 목사 등 항일·평화 운동에 앞장 선 기독교인들을 배출한 교회로 한국 교회사 및 근현대사의 의미가 큰 곳이다.

평화봉사단은 명동촌을 방문하기 앞서 12∼13일 기도팀과 봉사팀으로 나눠 옌볜 조선족자치구 훈춘시에서 각각 봉사활동과 기도회를 가졌다. 기도팀은 조선족 마을인 마패촌 촌장을 만나 중국에 살고 있는 동포들의 어려운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들을 잊고 살았던 것에 대해 사과했다. 이어 두만강에서 북녘 땅을 바라보며 한반도 통일을 위해 기도했다. 봉사팀은 부모로부터 양육 받지 못해 돌봄센터에서 생활 중인 조선족 학생들과 대화하고 함께 운동하며 버림받은 어린 영혼들의 상처를 감싸 안았다.

홍승범 목사는 “지난 20여년간 조선족 선교사를 파송하는 등 조선족 선교를 후원해 왔지만, 현장에 올 때마다 기막힌 현실에 가슴이 아프다”며 “재정을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 중국 동포들과 그 자녀들을 위한 선교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지선(28·여)씨는 봉사활동을 마친 뒤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며 “비행기로 2시간 거리에 살고 있는데 그동안 무심히 지내온 것이 미안했다”고 말했다.

16일에는 지린성 지안(집안)시의 고구려 유적들을 방문했다. 광개토대왕릉 주변의 돌들은 무너져 내려 있었고, 박람관에 세워진 입간판에는 고구려를 ‘중국 북방의 소수 민족 정권’이라고 소개하고 있어 봉사단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오은혜(24·여)씨는 “제대로 관리되지도 않는 우리 유적들이 중국의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는 현실에 답답함을 느꼈다”며 “이번 기행을 통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 정착을 위해 더욱 열심히 기도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봉사단의 마지막 목적지는 스코틀랜드 출신 로스 선교사가 한글성경 번역무대로 삼았던 랴오닝성 선양시의 동광교회였다. 늦은 시각이었지만 봉사단은 교회를 방문해 한국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 사력을 다했던 로스 선교사의 헌신에 대해 묵상했다.

참된평화 이사장 이은태 목사는 “90년대 발생한 조선족 초청 사기로 수백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들었다”며 “우리의 잘못을 돌아보고 당사자들에게 직접 사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참된평화를 통해 조선족 사회와 동포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찾아 전개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선양(중국)=글·사진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