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MF 김영규 “날 좀 보소”… 유소년팀서 단련된 ‘알메리아 희망’

입력 2013-08-20 18:45


2009년 아시아축구연맹(AFC) 14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던 김영규(18). 세계적인 스타를 꿈꾸며 그해 말 스페인으로 축구 유학을 떠났다. 재능에 노력을 덧칠해 2011년 1월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클럽 알메리아의 유소년 팀에 입단했다. 그로부터 2년 7개월여 만에 그는 마침내 프리메라리가에 데뷔했다.

◇꿈의 무대를 밟다=김영규는 20일(한국시간) 스페인 에스타디오 델 메디텔라니오에서 열린 비야레알과의 2013∼2014 시즌 프리메라리가 1라운드 홈경기에서 2-2로 맞서 있던 후반 38분에 교체 투입돼 경기가 끝날 때까지 뛰었다. 이날 출전으로 김영규는 이천수(전 레알 소시에다드), 이호진(전 라싱 산탄데르), 박주영(전 셀타 비고)에 이어 네 번째로 프리메라리가에 출전한 한국인이 됐다.

키가 1m68로 메시처럼 작은 체구인 김영규는 2선 공격진에 배치돼 활발하게 그라운드를 누볐다. 비록 공격 포인트를 올리진 못했지만 폭발적인 스피드와 과감한 드리블은 팬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알메리아는 비야레알에 2대 3으로 패했다.

김영규는 16세였던 2011년에 알메리아 U-18팀으로 월반했다. 이듬해엔 2군 성격의 B팀으로 승격했다. 김영규는 B팀에서 뛸 때 당시 B팀을 이끌었던 로드리게스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번 시즌이 시작되면서 A팀 감독으로 승격된 로드리게스 감독은 성실한 플레이에 스피드, 드리블, 슈팅까지 좋은 김영규를 A팀으로 데려갔다. 김영규는 왼쪽 측면과 중앙 2선 공격수로 프리시즌 기간 알메리아가 치른 7차례 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성공가도 달릴까=이천수, 이호진, 박주영의 스페인 무대 도전은 실패로 막을 내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김영규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김영규의 실력과 열정 그리고 주변 환경을 고려했을 때 그럴 확률이 높다.

우선 김영규는 로드리게스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로드리게스 감독은 스페인 선수들과 달리 예절이 깍듯하고 지시를 성실히 이행하는 김영규를 애제자로 여기고 있다. 비야레알전에서 로드리게스 감독은 팽팽한 승부가 펼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김영규를 투입했다. 신뢰와 기대감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또 김영규는 한국인 프리메라리가 선배들과 달리 스페인 문화에 이질감을 느끼지 않고 있다. 4년 가까이 현지 생활을 한 덕분에 김영규는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클럽의 관습에도 익숙해져 있다. 김영규는 2017년까지 알메리아와 계약을 맺고 있다.

최근 스페인 스포츠전문지 ‘마르카’는 ‘규(Kiu·김영규의 공식 이름)의 꿈’이라는 특집 기사를 통해 김영규를 소개했다. ‘마르카’는 “김영규가 폭발적이고 빠른 스피드를 갖춘 미드필더”라고 소개하며 어린 나이에 가족을 떠나 스페인에 정착한 뒤 알메리아에 스카우트된 과정을 상세히 전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