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공무원들(국민일보 8월 20일자 1면 보도)에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도 근무시간에 외부강의를 나가는가 하면 시간당 90만원에 달하는 고액 강의료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국민일보가 입수한 서울시 ‘직원 외부강의 내역’ 자료에 따르면 박 시장은 지난 한 해 25차례 외부강의를 나가 1259만6600원을 받았다. 이 중 7건은 근무시간에 이뤄졌지만 모두 ‘출장’ 처리됐다.
박 시장은 지난해 4월 21일 수원시 평생학습관에서 열린 시민 대상 교양 강좌에서 ‘박원순의 메모와 나의 삶’을 주제로 1시간 동안 강연하고 91만2000원을 받았다. 같은 해 6월 4일에는 이화여대 국제통상협력연구소에서 ‘국제사회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강의를 하고 76만4800원을 받기도 했다.
서울시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5월 공무원 외부강의 대가 상한선을 제시함에 따라 그해 11월 시 내부 규정을 수정했다”며 “박 시장 강연은 수정 전에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근무시간 중 진행된 강의를 출장으로 처리한 것에 대해서도 “업무관련성이 있기 때문에 문제 없다”고 밝혔다.
공직자들의 높은 강의료 수수행위는 박 시장뿐 아니다.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2011년 40분간 강의하고 100만원을 받아 논란에 휩싸였다. 2010년에는 감사원 고위 간부가 1시간 강연 대가로 100만원을 받아 이듬해 국정감사에서 비판을 받았다.
게다가 권익위의 규정은 강제성이 없어 공무원들이 이를 어기는 경우가 빈번하다. 지난 2월 25일 서울시 4급 공무원 A씨는 이화여대에서 1시간10분간 강의를 해 주고 40만원을 받았다. 또 다른 4급 공무원 B씨도 지난 3월 28일 모 학회에서 2시간30분 강의하고 50만원을 수수했다. 권익위 권고안과 서울시 규정에 따르면 4급 공무원이 받을 수 있는 강의료 상한선은 1시간 23만원, 2시간 35만원이다.
일부 공무원들이 ‘겸직’ 논란이 나올 정도로 자주 외부강의를 나가는 것도 문제다. 서울시 공무원 A씨는 지난해 1월부터 12월 사이 8월을 제외하고 매달 1∼4차례씩 외부 기관에 강의를 나갔다. 또 다른 공무원 B씨도 지난해 5월부터 지난 2월까지 거의 매달 특정 협회에서 정기적으로 강의를 했다.
위례시민연대 이득형 이사는 “공무원들의 잦은 외부강연은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이 규정하는 ‘성실의 의무’를 위반한 행위”라며 “공무원 행동강령이나 지자체 내부 규정만으로 외부강의를 관리할 게 아니라 법제화를 통해 강연 횟수나 최대 강연료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
[단독] 공직자 근무시간 외부강의 ‘관행’… 업무 연관성 애매하고 권익위 규정 강제성 없어
입력 2013-08-21 04: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