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과 바꾼 반지 68년 만에 돌아오다

입력 2013-08-20 18:24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굶주림에 지친 미군 조종사가 독일군 포로수용소에서 초콜릿 바와 바꿨던 금반지를 68년 만에 찾아 화제라고 AP통신 등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데이비드 콕스 당시 소위(1994년 작고). 콕스는 1941년 12월 일본군에 의한 진주만 공습이 일어나자 군 입대를 택한 뒤 공군에서 복무했다. 항공학교를 졸업한 42년 7월에는 결혼식도 올렸다. 전쟁 중 결혼하는 아들이 안쓰러웠던 콕스의 부모는 프로펠러와 비행기 날개 문양이 새겨진 금반지를 선물했다. 반지에는 아들의 생일과 함께 ‘엄마·아빠가 데이비드 C. 콕스에게, 노스캐롤라이나 그린스버러’라는 문구를 새겨 넣었다.

그 뒤 콕스는 B-17 폭격기를 몰고 수십 차례 유럽에서 임무를 수행한다. 하지만 43년 7월 독일 카셀 지역 상공에서 공격을 받고 독일군의 포로가 되고 말았다. 이후 악명 높은 슈탈라크 루프트 제3수용소에 머물렀고, 45년 1월에는 모스부르크의 7-A 포로수용소로 옮겨졌다.

7-A 수용소에서 제공되는 음식은 부실했을 뿐 아니라 불결했다. 배고픔을 참다못한 콕스는 맞은편 창살에 갇혀 있던 이탈리아인 포로에게 손을 뻗어 반지를 주고 초콜릿 바 몇 개를 받았다. 그 해 4월 연합군이 포로수용소를 해방시켜 콕스도 자유를 되찾았지만, 초콜릿 바에 팔아치운 금반지는 다시 볼 수 없었다.

반지는 68년 동안 용케 형태를 보존한 채 유럽 곳곳을 떠돌아다닌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최근의 주인은 친할머니에게서 반지를 물려받은 헝가리계 독일인 마틴 키쉬(64). 키쉬는 이웃에 사는 미국인 마크 터너에게 반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호기심이 동한 터너는 컴퓨터 검색을 통해 20분 만에 반지 주인을 찾아냈다. 참전 병사의 일기를 다룬 한 석사 논문에서 데이비드 콕스의 이름을 발견한 것이다. 논문 작성자는 콕스의 손녀 사위였다.

반지의 옛 주인을 찾았다는 말을 들은 키쉬가 선뜻 물건을 인도하기로 하면서 긴 역사를 가진 반지는 미국으로 돌아가는 데 성공했다. 반지를 수령한 것은 콕스의 아들 데이비드 콕스 주니어(67)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집에서 반지가 든 소포를 연 콕스 주니어와 가족들은 “반지가 없어진 줄 알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는 전쟁 후 고향에 와서 비슷한 모조 반지를 만들어 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었다.

키쉬는 AP와의 통화에서 “더 빨리 돌려주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