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사태 장기화로 유가 휘청… 세계경제 위협

입력 2013-08-20 18:27 수정 2013-08-20 16:47


이집트 사태 악화로 기름값이 오르면서 세계경제도 지장을 받게 됐다. 이집트 정국 불안은 최대 먹거리인 관광산업에 타격을 입히고 주가를 급락시키는 등 자국 경제에도 상처를 내고 있다.

런던 상품거래소(ICE)에서는 19일(현지시간)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10.44달러로 전날보다 0.21달러 올랐다. 지난 15일에는 전날보다 1.64달러(1.5%) 급등하며 111.24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월 26일 113.11달러 이후 약 6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이집트 군부가 전날인 14일 반정부 이슬람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해 최소 600여명이 숨진 사태와 무관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국제 유가는 이전부터 이집트 정국 불안과 맞물려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 6월 19일 106.06달러에서 28일 102.52달러까지 떨어졌던 브렌트유 가격은 군부가 사실상의 쿠데타로 무르시를 축출한 7월 3일 105.75달러로 가파르게 올랐다. 이후 유가는 점진적으로 상승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와 두바이유 등 다른 기름값도 마찬가지다.

이집트 상황이 더 나빠지거나 정국 불안이 다른 나라로 번지면 유가는 더 뛸 가능성이 높다. 석유회사가 사업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만큼 원유 운송에 드는 비용이 오르거나 공급이 중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집트는 원유 공급 규모가 세계 54위로 핵심 수출국은 아니다. 세계 원유 공급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9%에 불과하다. 천연가스는 1.8% 정도다.

이집트가 기름값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원유 운송 경로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와 수에즈 인근 지중해 파이프라인은 국제 원유 시장의 중추 역할을 한다. 이들 경로가 막히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미국까지 원유를 배달하는 거리가 2700마일로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에즈 운하가 홍해와 지중해를 잇는 101마일, 지중해 파이프라인이 유럽과 북아메리카로 이어지는 200마일과 비교하면 10∼20배 긴 거리다. 그만큼 비용과 운송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주요 원유회사 로열더치셀은 지난 16일 이집트 현지 사무소를 닫고 이집트 출장도 제한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최근에는 독일 스웨덴 이탈리아 벨기에 등이 잇따라 이집트 입국 자제를 권고하면서 외국 여행사의 예약 취소가 급증하고 있다. 관광 수입에 주로 의존하는 이집트로서는 상당한 손해다. 영국도 중대 사유가 없는 이집트행을 금지했다. 한국은 카이로 등 주요 도시에 대해 여행 자제를 권고하는 2단계 여행경보를 내렸다.

카이로 주식시장에서 19일 EGX 30지수는 전날보다 3.7% 하락한 5329.19를 기록했다. 전날도 지수가 3.9% 빠지며 지난 6월 12일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