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으로 만난 회원들 등치고 먹튀… ‘취업 스터디 사기’ 주의
입력 2013-08-20 18:17
‘지각 10분당 5000원, 과제 늦게 제출하면 1만원. 절박한 마음으로 취업 대비할 스터디 회원을 찾습니다.’
취업준비생 정모(25·여)씨는 두 달 전 인터넷 카페에서 영어면접 대비 스터디 회원 모집글을 발견했다. 상반기 입사시험마다 고배를 마신 탓에 규율이 엄한 스터디 모임에서 단기간 영어 실력을 기르고 싶었다. 각오를 다지고 가입했는데 생각보다 벌금 낼 일이 많았다. 여섯 명 회원은 모두 비슷한 상황이었다. 한 달이 지나니 모인 벌금만 20만원에 달했다.
그러다 일주일 뒤 갑자기 회비를 관리하던 A씨가 연락을 끊고 모임에 나오지 않기 시작했다. 정씨 등 회원들이 수소문에 나섰지만 인터넷 카페를 통해 결성된 모임이라 주변 지인도 없었다. A씨의 아이디를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그에게서 비슷한 피해를 당한 스터디 모임이 또 있었다.
이런 식으로 취업준비생들을 울리는 소액 사기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인터넷에서 만나 취업 스터디를 꾸리는 경우 회원들 간에 친분이 두텁지 않아 신원을 속이고 범행을 저지르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아나운서를 준비하는 김모(28·여)씨 역시 최근 취업 스터디 모임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아나운서 면접시험용 의상이 비싸기도 하고 시험 때마다 같은 옷을 입을 수도 없어 여러 벌을 구매하거나 빌리는 게 늘 경제적으로 부담되곤 했다. 이 때문에 같은 스터디 모임 회원들끼리 옷을 서로 바꿔 입기로 하고 빌려줬는데 40만원짜리 재킷을 빌려간 회원이 ‘먹튀’를 한 것이다.
취업시험 중고 교재를 저렴하게 판다며 돈을 받고는 연락을 끊는 경우도 빈번하다. 한 취업 스터디 카페에서는 상습적으로 회비를 가로채거나 고가의 취업 준비물을 빌린 뒤 자취를 감추는 이들의 아이디를 공개하며 취업준비생들의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