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稅收 비상] ‘역외 탈세’ 추적하자 해외계좌 자진 신고액 22.8% 급증

입력 2013-08-20 18:21 수정 2013-08-20 22:06


국세청에 자진 신고한 10억원 초과 해외금융계좌 금액이 22.8%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세수가 늘어났다는 의미다. 특히 50억원을 초과하는 거액 금융계좌에 대한 신고가 늘어나 역외탈세에 대한 정부의 전방위적인 압박이 성과를 거둔 것으로 해석된다. 미신고 혐의자들은 선별해 국세청이 적극적인 추적 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지난해 현금 및 상장주식 등의 잔액 합이 10억원을 초과하는 해외 금융계좌에 대한 자진신고를 지난 6월까지 받은 결과 678명(법인 포함)이 22조8000억원을 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는 전년에 비해 금액은 22.8%, 신고 인원은 4%가 늘어난 수치다.

개인 310명은 모두 1124개 계좌에 2조5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1인당 평균 보유금액은 80억원으로 전년도 신고액(69억원)보다 16% 증가했다. 법인 368곳은 5594개의 계좌, 20조3000억원을 신고했다. 법인 평균 보유금액은 552억원으로 전년보다 17% 늘어났다.

특히 50억원을 초과하는 고액 계좌에 대한 신고가 급증했다. 개인은 78명으로 전년(69명)보다 늘었고, 법인 역시 170곳에서 199곳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50억원 초과 신고자의 비중은 개인의 경우 전년 23%에서 지난해 25%로 높아졌고 법인은 49%에서 54%로 늘어나며 절반을 넘겼다. 전체 신고금액 중 예·적금 계좌의 금액 비중은 51.0%, 주식 계좌의 금액 비중은 46.6%를 차지했다.

이처럼 해외금융계좌 신고가 늘어난 것은 전 세계적으로 역외탈세에 대한 전면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도 지하경제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 조세회피처발(發) 해외 금융계좌 신고가 늘어나면서 신고 국가 수도 지난해 118개에서 올해는 123개로 늘어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조세피난처로 지목한 50개 국가 가운데 13개 국가에서 789개 계좌, 2조5000억원이 신고됐다. 신고금액이 가장 많았던 조세피난처 상위 5곳은 싱가포르, 바레인, 스위스, 필리핀, 벨기에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10억원 초과 해외금융계좌를 보유했음에도 이번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의심되는 47명을 선별해 기획 점검에 나섰다. 주요 미신고자 유형은 상속받은 해외계좌를 신고하지 않거나, 탈루소득을 현지 임직원 이름으로 해외계좌에 은닉하고 신고하지 않은 경우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미신고 사실이 확인되면 세무조사 착수는 물론 과소신고 금액의 최고 10%에 달하는 과태료 부과, 관련 세금 추징 및 관계 기관 고발 등을 시행할 예정이다. 또 올해부터 시행되는 명단 공개 제도에 따라 미신고 금액이 50억원을 초과하는 사람의 인적사항도 공개할 예정이다.

올해부터 해외계좌 미신고 제보에 대한 포상금 한도가 1억원에서 10억원으로 대폭 상향되면서 제보도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내년부터 포상금 한도를 20억원으로 상향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신고 기한이 지났더라도 자신 신고하면 과태료 감면 등을 해 주는 만큼 미신고 계좌가 있으면 조속히 신고하는 게 좋다”며 “자진 신고자와 미신고 적발자는 엄격하게 차별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한이 지난 뒤라도 자진 신고할 경우 최고 50%까지 과태료가 감면되고 위반행위의 정도 등에 따라 추가 감면도 가능하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