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장변화 못 쫓아가는 부동산정책
입력 2013-08-20 18:19
전세수요 매매로 유도하고 전·월세 전환 연착륙 모색해야
요즘 전셋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집주인들이 월세나 반월세로 돌리면서 전세물량 씨가 마르다 보니 수천만원 보증금을 올려주는 것은 기본이고 3∼4개월 전 미리 중개업소에 선금을 걸어놓고 매물을 기다리는 ‘입도선매’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누가 봐도 비정상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19∼20일 연 이틀 국무회의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하반기 주택정책의 최대 역점은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복지 확충, 특히 전·월세난 해결에 역점을 둬 달라”고 강조한 것도 전·월세난의 심각성을 반영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서민들이 적정한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고 분양 예정인 주택이나 미분양주택의 임대주택 전환 후 공급, 월세부담을 낮추는 방안 등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8일 전·월세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정부는 지금까지 무엇을 하고 있다가 대통령이 구체적인 해법까지 제시한 뒤에야 움직이는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지금 부동산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정책이 시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간 부동산시장 침체로 부동산이 ‘재테크’ 수단으로 매력을 잃은 데다 1∼2인가구가 늘어나면서 주택매매 수요가 줄었다. 심지어 집을 살 여력이 있는 가구조차 전세로 옮겨다니면서 전세 가수요를 부추기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전·월세자금 지원확대 같은 과거 레퍼토리만 되풀이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이번주부터 시행한 전·월세 자금 지원확대는 오히려 전세 수요를 늘리고 전셋값 상승을 부추길 뿐이다. 집주인이 자기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도록 해주는 ‘목돈 안 드는 전세’ 제도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전세난을 해소하려면 공급을 늘리고 수요를 줄여야 한다. 문제는 당장 공급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도깨비 방망이로 임대주택을 쏟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집값 하락이 지속되는 상황이어서 임대주택을 마냥 늘릴 수도 없다.
근본적인 해법은 매매시장을 정상화해 전세수요를 매매수요로 돌려야 한다. 취득세 영구인하 방안을 발표한 만큼 주택거래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 몇 년째 국회에 발목 잡혀 있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법안 등 부동산시장 급등기에 도입한 ‘대못’ 규제도 뽑을 때가 됐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전세제도의 퇴출전략도 준비해야 한다. 이미 대세는 전세에서 월세시대로 옮겨가고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가구에서 반전세를 포함한 월세 비중은 21.6%로 전세 가구(21.7%)에 근접했다. 과거 금리가 높고 집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던 시기에는 주택소유자가 매매차익을 기대하며 전세보증금을 은행에 넣어두고 이자수입을 올렸지만 지금은 전세제도의 메리트가 떨어졌다. 월세 세입자에 대한 소득공제 범위를 확대해주는 등 세입자 부담을 낮추면서 월세제도로 전환해가는 연착륙 방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