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정원교] 링다오와 라오바이싱

입력 2013-08-20 17:59 수정 2013-08-20 18:13


“언론 매체가 우리 아파트 불법 건축물을 폭로한 것을 적극 지지합니다.”

중국 네티즌은 베이징 시내 26층 아파트 옥상에 들어선 인조 산과 별장을 ‘최고의 불법 건축물’로 꼽았다. 지난주 전 세계 언론을 탄 이 공중 정원은 중국 사회의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곳 주민들은 언론 보도로 마침내 민원이 해결되자 이렇게 쓴 플래카드를 아파트 주변에 내걸었다.

공중 정원은 아파트 한 개 동 옥상 전체에 인공 암석과 정원수를 옮겨놓아 작은 산을 방불케 했다. 그 사이사이로 별장이 여러 채 들어섰다. 주민들은 건물 붕괴 등이 우려되자 지난 6년 동안 줄곧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곳 주인 장비칭(張必淸)은 힘 있는 인사들과의 관계를 내세워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랬던 장비칭은 보도가 나가자 곧바로 일꾼을 보내 공중 정원 철거에 나섰다. 베이징시 핑구(平谷)구 정치협상회의 위원을 지낸 그는 유명 한의사 행세를 했지만 무면허로 드러났다. 문제는 전국에 ‘장비칭’이 수두룩하다는 점이다.

지난주에는 부패 공무원들의 해외 도피도 이슈가 됐다. 이러한 현상은 시진핑(習近平) 체제가 들어선 뒤에도 계속되고 있다. 중국 사회과학원에 따르면 1990년대부터 2008년 사이에 해외로 도피한 당·정 간부나 국영기업 관리직이 1만8000여명에 달한다. 이들이 갖고 떠난 돈은 무려 8000억 위안(약 145조원)이나 된다.

이는 중국 체제 특성상 각 조직 ‘이바서우(一把手·일인자)’에 대해서는 감독이 잘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베이징대 법대 장밍안(姜明安) 교수는 “동일한 급에 있는 기율검사위원회는 일인자에 대해 ‘나 몰라라’ 하는 반면 상급 기율검사위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 주변 허베이(河北)성에서는 이런 일도 벌어졌다. 과적 화물트럭을 단속하는 교통 당국이 화물차 기사로부터 한 달 단위로 미리 벌금을 받는 대신 과적을 눈감아 주는 것이다. 당국은 ‘월표(月票)’라고 부르는 영수증까지 발급해줬다. 그러나 기사들은 이를 월표로 부르지 않고 통행료를 뜯긴다는 뜻으로 ‘마이루페이(買路費)’라고 했다. 이쯤 되면 기사들 눈에는 자신의 위법 행위는 아랑곳없이 돈을 뜯어가는 관(官)의 횡포만 보일 뿐이다.

좌파 경제학자로 유명한 후안강(胡鞍鋼) 칭화대 국정연구원 원장이 지난주 “중국의 집단지도체제가 미국식 대통령제보다 확실히 우월하다”는 글을 환구시보에 발표한 뒤 중국 인터넷이 뜨겁다. 찬성 의견도 있지만 이를 반박하는 견해가 더 많다.

이러한 시각을 지지하는 쪽은 주로 “중국 인민들이 지금만큼 살게 된 건 누구 덕이냐”고 말한다. 그러나 “한 마디로 웃기는 얘기”라거나 “지식인의 비판정신을 저버렸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후숴(胡說·헛소리)’라는 단어에 빗대 “후안강이 하는 말(胡說)은 전부 헛소리”라고 치부하기도 했다.

여기서 나는 “어느 체제가 우월하냐”는 담론보다는 당이나 특정 조직의 간부를 통칭하는 ‘링다오(領導·지도자)’와 일반 국민을 뜻하는 ‘라오바이싱(老百姓)’ 간 관계에 주목하고 싶다. 지도층과 일반 백성이 일체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회는 건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국 링다오들, 특히 지방의 링다오들은 라오바이싱의 마음을 얼마나 얻고 있을까. 그들은 “중국은 지금 특권이 횡행하는 사회, 법치(法治)가 아닌 인치(人治) 사회가 돼 버렸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