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은 목회자 과세 논란… 정부, 의견수렴 더 해야”

입력 2013-08-20 17:53 수정 2013-08-20 21:20


정부가 고심 끝에 ‘기타소득’ 적용을 골자로 하는 종교인 과세방안을 내놓았지만 교계의 반발은 커지고 있다. 과세에 반대해온 쪽은 물론 찬성해온 쪽까지 기형적 방안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자칫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만큼 정부가 교계의 의견을 더 충실히 수렴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교계, 찬반 엇갈린 가운데 정부 성토 높아=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대표회장 권태진 목사)는 지난 19일 종교인 과세 결정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정부 발표 이후 처음 나온 교계의 공식적인 과세반대 표명이다(본보 8월20일자 25면). 한장총은 반대 이유로 ‘종교의 자유를 제한한다’ ‘국가권력에 예속된다’ ‘법리적, 관습법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들었다.

종교인 과세를 지지해 온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은 종교인의 소득을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는 방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천명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정부가 사례비 명목으로 종교인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했지만 입법 의도를 무시한 기형적 적용”이라며 “과세형평성 제고나 과세기반 확대 등 어느 것도 충족하지 못하는 면죄부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한국교회발전연구원 황필규 목사는 “교회의 공공성 회복을 위해 종교인 과세는 필요하다”면서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기보다는 ‘종교인세’를 만드는 게 낫다”고 말했다.

◇뒤늦게 대응 나선 교계=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예장통합 및 합동 총회 등 주요 교회연합기구와 교단들은 정부의 과세방안에 대한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다. 정부가 당초 예상과 달리 기타소득 과세 방안을 들고 나오자 소속 목회자들이나 타 교단의 반응을 살피면서 좌고우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주요교단들은 찬반입장을 표명할 경우 내달 정기총회와 임원선거 때 목회자들이 동요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다행스러운 것은 입법예고 시한인 내달 18일을 앞두고 범교계 차원의 대응 움직임이 늦게나마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장총은 이달 말 세무전문가 및 목회자 등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21일 NCCK와 한국교회연합, 미래목회포럼, 한국교회언론회, 예장합동 및 통합 등 주요 단체 및 교단이 참여하는 대책모임을 갖는다. NCCK도 내달 초 회계 및 세법 전문가와 시민들을 초청한 공청회를 준비하고 있다.

◇정부, 교계 여론 더 수렴해야=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교계 의견 수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향후 공청회 등에서 다양하게 분출될 현장 목회자들의 목소리를 충실히 반영하지 않으면 종교인 과세는 사회적 갈등과 분쟁의 촉매가 될 수도 있다.

현재 종교인 과세에 반대하는 측은 교회와 교계단체가 정부 통제 하에 들어가고 종교가 국가 권력에 예속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찬성하는 측은 일반인과 목회자간, 고소득 및 저소득 목회자 사이의 형평성, 소득세 역진성 문제 등을 지적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 대립이 첨예해보이지만 시간을 갖고 의견과 지혜를 모으면 접점을 마련하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 사무총장 김철영 목사는 “정부와 교계가 과세문제에 대한 여론수렴을 소홀히 했음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면서 “입법예고 기간 중에 다양한 의견을 듣고 정부와 교계 간 논의도 심도있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찬 최승욱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