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분주함 내려놓고 ‘주바라기’ 해볼까요

입력 2013-08-20 17:10 수정 2013-08-20 16:46


하나님을 주목하는 삶/레이튼 포드 지음, 이지혜 옮김/새물결플러스

저자가 책을 쓴 동기는 이러하다. 타임지가 선정한 ‘복음을 가장 역동적으로 전하는 영향력 있는 설교자’인 그는 1955년부터 수십 년간 빌리 그레이엄 전도협회 복음전도자로 40곳이 넘는 나라를 돌아다녔다.

그런데 어느 날 이런 질문을 받는다. “당신만이 할 수 있는 독특한 일은 무엇입니까?” 질문은 한층 더 그의 정곡을 찌른다. “어디 꼭 다른 데를 가야만, 여행을 해야만 무언가 중요한 일을 하는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까?”

저자는 변하기 시작한다. 이제부터는 더 이상 늘 바쁘게 돌아다니지 않기로 했다. 그렇다고 복음전도를 그만둔다는 게 아니다. 오히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사람으로 끝까지 남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 그가 택한 길, 바로 ‘주목하는 삶’이다. “이제는 내 마음에 더욱 주목하여 하나님과 깊이 있는 교제를 나누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책에서 말하는 ‘주목’은 중심으로 향하는 여정의 핵심, 우리 마음의 집으로 향하는 길이다. 즉 우리 마음을 하나님의 집으로 만드는 길을 뜻한다. 그러나 일상의 분주함과 두려움 때문에 우리는 자신의 내면과 주변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지낸다. 오죽하면 조급함을 영성 생활의 대적이라고 했을까. 저자는 존 오트버그 목사의 사례를 통해 조급함을 경계할 것을 전한다.

시카고 윌로크릭교회 교육목사로 부임한 존 오트버그는 정신없이 움직이는 통에 자신의 영적인 삶이 파산 위기에 놓인 것을 발견한다. 다급해진 그는 영적 멘토인 달라스 윌라드에게 조언을 부탁한다. “자네의 삶에서 조급함을 단호히 없애버리게.”

사실 현대인들은 얼마나 조급증에 시달리는가. 특히 한국인들의 ‘빨리빨리’는 세계 제일이다. 저자 자신도 “한꺼번에 세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다”란 말을 더 이상 칭찬으로 듣지 않는다. 오히려 다음과 같은 충고처럼 받아드린다. “한 번에 한 가지만 해라. 속도를 줄여라. 숨통을 좀 틔우고 기도할 시간을 가져라. 감사하면서(또는 후회하면서) 조금 전 일어난 일을 기억해봐라. 정신없이 다음 일에 뛰어들지 말고 미리 마음을 준비해라.” 이런 ‘짧은 멈춤’을 통해 서서히 하나님께 집중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우리를 기도하게 만든다. 주목이야말로 기도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구체적으로 시간을 정해 놓고 기도해볼 것을 권한다. 아침에 서재에서 고전음악을 틀어놓은 채 커피 한 잔 들고 의자에 앉아서 말로 기도하는 게 아니라 조용히 들으면서 ‘기다리는 때’도 있다. 하나님이 주시는 말씀을 느끼면 간단히 “감사합니다, 하나님”이라고 답한다. 짧은 시간일지라도 이런 침묵 시간은 주목하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데 핵심이 되기도 한다. 또 익숙한 기도문을 사용해 하루를 시작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저자는 “기도의 형태는 중요하지 않다. 실제 내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하나님을 주목해야 할까.

“주목하는 법을 배우면 지금 이곳에서 변화된 삶을 살 수 있다. 당신은 그동안 보지 못한 것을 볼 것이다. 온전히 충만한 삶을 살 것이다. 삶의 깊이를 만끽하며 살 것이다. 가볍고 성급하지 않고, 진중하고 뿌리 깊은 사람이 될 것이다. 더욱 온전하고 사랑이 많은 사람이 될 것이다. 죽기 전에 이 땅에서 삶다운 삶을 살 것이다.”

이 땅에서의 삶다운 삶. 저자는 ‘빈자들의 어머니’로 불리는 마더 테라사의 말을 인용, 그 본질을 전한다. “저희는 사회복지사가 아닙니다. 그저 사회복지와 관련된 일을 합니다만, 저희 선교회는 삶의 한복판에서 관조를 합니다. 우리는 위대한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위대한 사랑으로 작은 일들을 할 수 있을 뿐이지요.”

하나님을 주목하는 삶의 궁극적 정의는 사랑이다. 아름다운 책임과 의무를 시작하려고 하는 이, 일상의 영성가로 발돋움하려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