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예산 읍내의 ‘쌍송(雙松)국수’에는 분주한 손놀림과 밀가루 향기가 그득하다.
지역의 명소로 자리매김한 이곳은 3대에 걸친 가업이 착실하게 이어지는 흔치 않은 현장이기도 하다. 공장에서 뽑아낸 기계식 국수가 대세인 요즘 전통 제면소의 풍경은 그 자체가 이색적인 볼거리다. 창업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 건물 곳곳엔 자연 건조시키는 국수가락들이 가지런히 내걸려 있다.
3대 사장인 김민균(32)씨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3년 전 선친의 유지를 받들었다. 처음엔 가업을 이을 생각이 없었지만 이제는 천직이 됐다. 어릴 적부터 가업을 거들던 아들에게 아버지는 국수 만드는 방법을 배워만 두라고 일러뒀다. 김 사장과 함께 가업을 지켜온 어머니 임명금(52)씨는 아들에게 ‘모태 국수’란 별명을 붙여줬다. ‘업’을 잇는 이들이 만든 국수는 향토 명물이 됐고, 정성이 깃든 맛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멀리서 직접 찾아와 국수를 사가는 사람들의 발길 역시 끊이질 않는다.
변함없는 인기에 쌍송국수엔 휴일이 따로 없다. 해가 뜬 날이면 어김없이 국수가락을 뽑고 정성껏 햇볕과 바람에 내건다. 수요가 많은 여름철이면 해질녘까지 하루 종일 밀가루 20∼25포대 분량의 국수를 만든다. 대량생산이 어려운 수작업의 특성상 밀려드는 주문이 버거울 때도 많다. ‘젊은 사장’은 고유의 국수 맛을 지켜내면서도 납품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전통방식을 보다 효율적으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면발의 달인은 장인(匠人)을 꿈꾸며 일상 속에서부터 노력하는 모습이다. 그는 거의 매일 점심식사로 자신이 뽑아낸 국수를 먹을 정도다. 일본의 라면 장인이 미묘한 맛의 차이를 직접 느끼기 위해 매일같이 본인의 라면을 먹는다는 이야기를 접하고부터다.
전통 제면소의 신세대 사장은 선친을 기억하는 객지의 단골들이 잊지 않고 가게를 찾아와 국수 맛이 더 좋아졌다고 칭찬할 때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아내가 임신 중이라는 김 사장은 장차 아이에게도 가업을 잇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직은 잘 모르겠다”며 미소를 짓는다. 소나무로 유명한 예산 쌍솔배기 한켠에서 상록수처럼 한결같은 한국형 ‘수제면 마이스터’의 꿈이 영글어가고 있다.
예산=사진·글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앵글속 세상] 그 맛, 그 멋… 70년 세월 오롯이
입력 2013-08-20 17:31 수정 2013-08-20 1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