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설거지하며 유학 中 덩원칭, 성공회대 수석 졸업 “노력하면 길은 열리게 돼 있어요”

입력 2013-08-19 18:56

고깃집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며 어렵게 유학생활을 하던 중국인 여학생이 성공회대를 수석으로 졸업한다. 개교 이래 외국인 유학생이 수석 졸업하기는 처음이다.

중국 산둥성(山東省) 웨이하이(威海)시에서 농사짓는 부모님과 함께 살던 덩원칭(鄧文淸·25)씨는 2008년 한국에 왔다. 2007년 태풍이 웨이하이시를 휩쓸면서 가족의 농사를 망쳐버리는 바람에 맏딸인 덩씨가 돈을 벌어야 했다. 덩씨는 경기도 광주의 고깃집에서 설거지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한달 꼬박 일하면 70만원을 손에 쥐었다. 한국말을 못했던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돈벌이였다.

덩씨는 생활비를 쪼개 동원대 어학당에 다녔다. 한국어를 배우다 보니 공부가 간절히 하고 싶어졌다고 했다. 형편은 어려웠지만 부모도 “공부하고 싶으면 해라. 돈을 벌어 보내주겠다”며 응원했다. 덩씨는 “부모님은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지만 그저 한국이라는 나라를 좋아하는 순수한 분들”이라며 “열심히 공부해서 당신들 처럼 살지 말라고 말씀하곤 하셨다”고 말했다.

이듬해 덩씨는 성공회대 경영학부 외국인 전형에 합격했다. 언어도 익숙하지 않은데다 낯선 한국에서 공부하는 게 힘들어 눈물도 많이 흘렸다. 식비를 아끼기 위해 거의 매일 라면과 빵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어려운 환경에도 덩씨는 밤잠을 포기하며 공부해 장학금을 받았다. 그는 전 학년 평점 평균 4.23점(4.5점 만점)을 받아 올 후기 졸업생 136명 중 수석을 차지했다. 22일 학위수여식에서 이사장상을 받는다.

덩씨의 꿈은 중국으로 돌아가 교수가 되는 것이다. 올 가을학기부터 중앙대 경영대학원에 다니게 된 덩씨는 대학원 졸업 후 국내 기업에서 현장 경험을 쌓을 계획이다. 그는 “한국은 제2의 고향”이라며 “여기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지식뿐 아니라 경험이 많은 교수가 돼 학생들에게 희망을 버리지 않는 법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덩씨는 한국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하나님이 네게 문을 닫으면 창문을 열어놓은 것이니 그 창문을 찾으라’는 말이 있다. 노력하면 길은 열리게 돼 있다”고 조언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