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위증죄 압박해 받은 진술 증거 안돼”
입력 2013-08-19 18:35
재판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언을 한 증인을 검찰이 위증 혐의로 따로 조사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유죄의 증거로 채택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부도를 내고 잠적한 거래처 사장의 지게차를 훔친 혐의(절도)로 기소된 나모(53)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창원지법에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피해자 김모씨는 1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지게차를 가져가는 것을 승낙했다”며 나씨에게 유리한 증언을 했다. 김씨는 애초 검찰 조사단계에서 나씨에 대해 유죄 취지의 진술을 했으나 재판에선 이를 번복한 것이었다. 나씨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김씨가 허위진술을 했다고 판단, 김씨를 위증 혐의로 불러 조사했다. 김씨는 조사 과정에서 “1심에서 한 증언 중 일부가 진실이 아니다”며 다시 진술을 번복했다. 검찰은 이 피의자신문조서를 항소심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고, 법원은 나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판결을 다시 뒤집었다. 재판부는 “공판에서 이미 증언을 마친 증인을 위증죄 피의자로 소환해 번복시키는 방식으로 작성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를 유죄 증거로 삼는 것은 형사소송법에 어긋난다”면서 “이를 증거능력이 있다고 본 원심은 법리를 오해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바뀐 증인의 진술이 증거로 인정되려면 피고인이 이에 대해 법정에서 공격·방어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