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국정조사] 가림막·‘김·세’ 채택 공방에 與퇴장… 증인 예상답변 미리 준비

입력 2013-08-19 18:34 수정 2013-08-20 00:46


19일 열린 국가정보원 국정조사특위 2차 청문회는 ‘가림막’ 설치와 ‘김·세(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권영세 주중대사)’의 증인채택 문제를 놓고 시작부터 파행을 겪었다. 여야는 오전 질의 2시간 내내 이 문제로 공방을 벌였고, 청문회장에 출석한 증인 26명은 우두커니 자리에 앉아 의원들의 볼썽사나운 말싸움을 지켜봤다. 여야가 청문회 시작 전에 합의했어야 할 내용을 놓고 공방을 벌이다가 아까운 청문회 시간만 낭비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여당 의원들은 항의 표시로 오전과 오후 한 차례씩 전원 퇴장하기도 했다.

◇‘가림막’ 증언을 둘러싼 논란=가림막은 국정원 현직 직원들의 신분보호를 위해 여야 합의로 설치됐다. 지난 2004년에는 고(故) 김선일씨 피살사건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이라크 현지인 등의 신원보호를 위해 설치됐었다. 이날 가림막 뒤에는 댓글녀 또는 감금녀로 알려진 김하영씨, 그의 직속상관이었던 최모 팀장, 박원동 전 국익정보국장, 민병주 전 심리전단 단장 등 4명이 앉았다. 김씨는 검은색 상의에 꽃무늬 스커트를 입고 나왔다.

처음 이들이 착석했을 때 흰색 가림막은 증언대에서부터 머리 윗부분까지 설치돼 모습이 전혀 노출되지 않았다. 그러나 민주당 박남춘 의원은 “박 전 국장과 민 전 단장은 명예퇴직을 하려고 해도 형사상 절차 때문에 면직을 못시키는 것일 뿐, 보호해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같은 당 박영선 의원은 “저렇게 완전히 차단하면 안에서 필담을 나누는지, 컴퓨터를 갖고 뭔가를 보는지 어떻게 아느냐. 도려내라”고 주장했다. 여야는 지루한 말싸움 끝에 가림막 밑부분 30㎝를 잘라내 증인들의 손이 보이도록 했고, 그 앞에 ‘김 직원’ 등의 명패를 설치했다.

오후에는 김씨가 준비해 온 서류에 적힌 대로 읽거나 휴대전화를 사용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된 김씨의 서류에는 ‘검색 주제는 제가 정한 것이 아닙니다’, ‘구체적으로 제가 쓴 글이 어떤 것인지 말씀드리기는 곤란합니다’ 등 내용들이 적혀 있었다.

◇적극 자기 변호한 증인들=댓글 의혹 수사를 담당했던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은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이었다. 자신을 향한 공격적 질문에는 날선 답변으로 맞섰다. 반면 김씨는 재판과 관련됐다거나 국정원 보안 업무 영역이라는 이유를 내세우며 답변을 피하는 경우가 많았다.

새누리당으로부터 매관매직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전 직원 김상욱씨는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이 CCTV 화면을 제시하며 여직원 김씨 미행 의혹을 제기하자 눈을 부릅뜨고 “제 차 번호판을 불러보시라”, “뭐가 범죄행위냐”며 말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증인 가운데 유일한 현역 의원인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당초 질문이 쏟아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청문회 시작 9시간 만에 첫 발언 기회를 얻었다. 그나마 민주당 소속 신기남 특위 위원장이 “아무도 질의를 안 한다”며 소회를 물어 가능했다. 강 의원은 “국정원의 뻔뻔함이 하늘에 닿았다”며 “백번 양보해 민주당이나 김상욱씨 등이 미행했다 치더라도 공익 신고자 보호법에 따라 보호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특위 간사인 권성동 의원 등은 신 위원장에게 “증인에게 소회를 왜 묻냐.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사회 진행이 편파적”이라며 다시 한번 전원 퇴장했다.

엄기영 정건희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