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면 전환된 남북관계 아직 갈 길 멀다
입력 2013-08-19 18:28
北, 금강산에 집착 말고 이산가족 상봉에 적극 협조해야
남북관계가 빠르게 복원되는 양상이다.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 이후 이산가족 상봉은 물론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까지 거론되고 있다. 지난 4월 북한에 의해 개성공단이 일시적으로 폐쇄되면서 긴장감이 한껏 고조됐던 것과 비교할 때 엄청난 변화다. 노동신문과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 등 북한 매체들은 “불신하고 대결하던 과거를 털어버릴 때가 됐다”며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하고 나섰다. 대한적십자사는 북한 수해 구호물자 구매를 위해 10만 달러를 지원키로 했다. 이렇듯 남측과 북측 모두 화해·협력 분위기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 당분간 해빙 무드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바쁠수록 돌아가란 말이 있듯 서둘러선 안 될 것이다. 남북관계는 지난 5년 동안 너무나 많은 상처를 입었다. 헝클어질 대로 헝클어진 실타래를 한꺼번에 푼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때문에 양측이 합의하기 쉽거나, 긴급한 현안부터 하나하나 차분하게 해결해 가는 것이 옳다.
그런 면에서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분리해 대응키로 한 것은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이 박근혜 대통령의 이산가족 상봉 제안을 수용하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을 금강산에서 갖자고 제의한 데 대해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 회담을 먼저 하고 금강산 관광 회담은 추후에 논의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연계하려는 북한 제안은 지난달에 이어 두 번째다.
금강산 관광 문제도 남북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 과제라는 점은 틀림없다. 그러나 예전처럼 관광이 활성화되려면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2008년 8월 금강산에서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군에 의해 피살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북한은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약속, 신변 안전 보장 등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금강산 지구 내 남측 재산을 몰수한 데 이어 현대아산의 관광사업 독점권 취소, 남측 인원 추방 등의 조치로 사태를 악화시켰다. 늦은 감이 있지만, 북한이 ‘금강산 사태’의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이산가족 상봉과 연결시키면 이산가족 상봉마저 무산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합의에 이르는 과정이 개성공단보다 지난(至難)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행여 이 두 가지를 연계하면 금강산 문제를 어물쩍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북한 판단이라면 오산이다.
북한은 일단 이산가족 상봉에 협조해야 한다. 이산가족 상봉이 중단된 지 3년이나 됐다. 이산가족들은 대부분 고령자다. 추석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와 준비할 시간적 여유도 별로 없다. 상봉 인원을 늘리고, 상봉을 정례화하는 등 북한이 보다 진전된 입장을 보인다면 북한이 바라는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 나아가 남북 교류를 전면 중단한 ‘5·24 조치’의 해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