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런 시민정신으로 克日 얘기할 수 있나
입력 2013-08-19 18:23
여름 휴가철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유명 피서지는 물론이고 전국의 산과 계곡, 바다는 늦더위를 피하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다. 유례를 찾기 힘든 폭염과 열대야에 지친 시민들은 잠깐의 휴식을 위해 도시를 떠나 자연의 품으로 향한다.
그러나 막상 휴가지나 피서지에 도착하면 치유는커녕 짜증부터 난다. 저녁부터 시작해 다음날 새벽까지 계속되는 술판과 산더미처럼 쌓이는 쓰레기는 어느새 피서지의 정형이 되다시피 했다. 남이 피해를 입든 말든 ‘나만 아니면 그만’이라는 이기심이 빚은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여름철 성수기 때 국내 최대 해수욕장 해운대에서 하루 수거하는 쓰레기는 7.5t으로, 2000가구가 배출하는 양과 맞먹는다고 한다. 이를 처리하는 데 매일 250여명의 환경미화원이 동원된다.
서울시가 여의도와 뚝섬 둔치에 마련한 한강 캠핑장도 다르지 않다. 곳곳에 음식 찌꺼기와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다. 금연구역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는가 하면 음주와 고성방가는 예사이고, 말다툼에 싸움까지 해만 지면 난장판도 이런 난장판이 없다. 가까운 도심 속 한강에서 평안을 찾으려다 외려 화만 안고 돌아간다.
지리산과 설악산 등 국립공원들은 불법 야영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립공원에서의 비바크와 야영은 동식물 보호와 환경훼손 및 산불방지 등을 위해 법으로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그럼에도 이를 어기는 등산객은 해마다 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리산에서만 수백 곳이 훼손되고, 쓰레기 밭으로 변했다.
국민소득이 높다고 선진국이 되는 게 아니다. 경제 수준뿐 아니라 국민 의식 또한 그에 걸맞아야 진정한 선진국 대열에 오를 수 있다. 일본에 갔다 온 이들은 깨끗한 거리와 공공질서를 잘 지키는 일본인에 감탄한다. 광복의 달을 맞아 극일을 얘기하지만 무시로 공공질서를 위반하는 시민정신으로는 결코 일본을 이길 수 없다. 해운대 지리산 한강의 쓰레기는 다 국민 세금으로 치운다. 버리지 않으면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돈이다. 우리가 바뀌려면 나부터 변해야 한다. 나라사랑의 길은 가까운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