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없는 복지 갈등] 증세론·공약축소론 맞서는데… 정부 답답한 ‘마이 웨이’
입력 2013-08-20 04:33
‘세제개편안 후폭풍’이 복지 논쟁으로 번지면서 정부가 딜레마에 빠졌다.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프레임이 어느 쪽에서도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어서다. 증세에 찬성하는 측에서는 복지를 늘리려면 쓸 돈을 더 거둬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증세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공약가계부’를 손질해 복지공약을 줄이자고 나섰다.
대선을 앞두고 벌어졌던 복지 논쟁이 1년 만에 재개됐지만 정작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정부가 복지·증세 논쟁을 외면하지 말고 사회적 합의를 찾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릐반복되는 복지 논쟁, ‘마이웨이’ 고수하는 정부=‘증세론’과 ‘공약 축소론’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정부 주장대로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하며 공약가계부 이행 재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9일 “이번 세제개편안에 포함된 비과세·감면 제도 축소를 비롯해 증세 없는 복지로 간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공약가계부도 예정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1년차부터 ‘증세는 없다’는 원칙에서 물러설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복지·증세 논쟁의 당사자로 나서지 않으면 이번 복지 논쟁도 성과 없이 지루한 논쟁만 반복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복지를 늘리겠다고 강조해온 이상 증세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국민적 합의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릐법인세와 취득세 해법은 또 다른 난관=정부는 대기업 증세와 관련해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대기업의 비과세·감면 혜택을 1조원가량 줄인 것을 성과로 내세웠지만 중산층이 추가로 부담하는 세금의 무게에 비하면 부족했다고 본다. 김유찬 홍익대학교 세무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세제개편안에서 법인세 인상을 그대로 놔둔 것은 기업의 효율성만 중시한 채 과세 형평성에 대해 눈감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세제개편안이 수정돼도 연소득 5500만원 이하 근로자는 세 부담이 늘어난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어 정부가 봉급자 유리지갑만 턴다는 중산층의 원망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법인세를 늘리는 방안이 어렵다면 대기업에 투자를 늘리라는 압박을 확실히 해야 하지만 정부의 메시지는 강하지 않았다. 정부는 대신 변호사, 의사 등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강화해 세금 탈루를 막아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부동산 경기활성화 차원에서 추진하는 취득세 인하 정책도 또 다른 뇌관이다. 정부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 차원에서 지방세인 취득세를 1~3% 포인트 영구 인하하는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세수 부족에 시달리는 지방정부와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 취득세가 줄어든 만큼 지방재정을 보전해줘야 하지만 가뜩이나 재원 부족에 시달리는 정부가 제대로 된 해법을 찾아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