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치에 뒷전 밀린 예산 결산안 심사… 졸속 심사 가능성 커

입력 2013-08-19 18:16

국회의 2012년도 결산안 심사가 올해도 법정 시한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심사 자체도 졸속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04년에 도입된 조기결산 제도에 따라 국회는 9월 정기국회 소집에 앞서 이달 말까지 전년도에 집행된 정부 예산의 결산안을 심의·의결해야 하지만 여야는 아직 심사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국정조사 등으로 여야 간 대치가 심화되면서 국회 본연의 임무인 예산·결산 심사가 뒷전으로 밀린 모양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21일 전체회의를 열어 여야 간사를 선임할 예정이다. 이어 결산심사소위원회를 구성해 심사에 착수할 방침이지만 물리적으로 8월 말까지 결산안 의결은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결산 심사의 첫 단계인 상임위 심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결산안은 통상 각 상임위원회 예비심사→예결위 종합심사→본회의 의결 단계로 처리되는데 결산안을 검토한 상임위는 단 한 곳도 없다.

국회 예결특위 관계자는 19일 “결산안 심사에는 평균 열흘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법정 시한을 지키려면 최소한 21일까지는 심사에 착수해야 한다”며 “하지만 야당이 결산국회 소집에 반대하는 상황이어서 8월 말까지 결산안 처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가 조기결산제를 도입한 후 지금까지 2011년 한 해를 제외하고 결산안은 처리 시한을 매년 지키지 못했다. 여야가 뒤늦게나마 결산 심사에 집중할 수도 있겠지만 촉박한 일정 탓에 예년처럼 불과 2∼3일 사이에 ‘수박 겉핥기식’으로 심사하는 관행이 반복될 것으로 관측된다.

결산 과정에서 정부의 돈 씀씀이를 들여다볼 수 있고, 문제가 드러나면 내년도 예산에 반영할 수 있다. 또 정부 부처에 시정을 요구하고 감사원에 특별 감사를 청구할 수도 있다. 따라서 결산이 부실하면 국정감사와 내년도 예산안 심사도 부실해질 가능성이 있다.

결산 심사 일정이 마련되지 않으면서 전문가 공청회 개최도 어려워졌다. 전문가들이 공청회에서 정부의 결산안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문제점을 지적하면 예결위원들이 참고해서 현안 질의를 할 수 있는데 그 과정이 생략될 가능성이 높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결산은 어떤 정치적 목적이나 의도에 상관없이 반드시 실시해야 하는데도 민주당은 장외투쟁에만 골몰하고 있다”면서 “여야가 일정에 합의하지 못하면 물리적 시간 부족으로 졸속·부실 결산이 될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