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다, 오른다” 말 많더니… 표류하는 우윳값 인상 왜
입력 2013-08-19 18:21 수정 2013-08-19 22:11
‘원유(原乳)가격 연동제’에 따른 우윳값 인상이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우유제조업체와 유통업체, 소비자단체의 입장 차이 속에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양쪽이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하면서 접점을 찾는 것이 ‘얽힌 실타래’를 풀 열쇠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유제조업체 관계자는 19일 “하루 1억∼2억원 이상 손해를 보고 있어 우윳값 인상과 관련해 시간을 끌 여유가 없다”면서 “유통업체와 인상가격을 두고 접점을 찾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밝혔다. 우유제조업체는 원유가 인상에 따라 유제품 가격을 ℓ당 250원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유통업체는 150원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소비자단체는 가격 인상요인을 명확하게 소명하지 않으면 동의할 수 없다며 원가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우유제조업체와 유통업체는 가격 협상에 나섰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태다. 일부 제조업체는 영업기밀이라며 절대 밝힐 수 없다던 원가까지 공개하겠다며 강경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우윳값 인상의 칼자루는 농협 하나로마트가 쥐고 있다. 지난 8일 매일유업이 우윳값 인상을 강행했을 때 하나로마트가 종전 가격대로 판매한다고 밝히면서 대형마트들은 일제히 가격 인상을 철회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우윳값 인상을 앞두고 정부가 대형마트 관계자들을 불러 우윳값 안정화를 얘기한 마당에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면서 “시장 점유율에서는 대형마트가 훨씬 앞서지만 정부를 대신해 칼자루를 쥔 하나로마트가 내리는 결론에 대형마트가 따라가야 하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하나로마트는 우유제조업체들과 우윳값 인상률을 낮추고, 유통업체는 유통마진을 줄여 인상폭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하나로마트 관계자는 “제조업체들도 원유가 인상으로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는데 그들에게만 부담을 줄 수 없다”며 “서로가 이해할 수 있는 접점을 찾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에서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하나로마트의 결정대로 유통 마진을 줄인 뒤에 손실분을 우유제조업체에 전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하나로마트가 내린 결론을 우리도 따를 수밖에 없지만 유통마진에 따른 손실은 철저히 마트의 몫”이라며 제조업체의 주장을 반박했다.
한편 소비자단체에서는 정부가 우윳값 인상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원유가격연동제가 원유 가격 인상 시에 유통 마진 등 다른 가격까지 슬쩍 올리는 ‘제품가격연동제’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며 “원유 가격도 어떻게 결정되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