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생계비 163만원 셈법 들여다보니… 주거비용 2만1000원 인상 ‘쥐꼬리’

입력 2013-08-20 04:53


교육비로 추가된 건 초등학생용 줄넘기·후프 1개씩과 인쇄용지 한 묶음이었다. 월 지급액으로 따지면 580원(이하 내년 물가인상분은 미반영)이다. 줄넘기·후프값 112원에 인쇄용지값 468원이 더해진 액수다. 주거면적은 0.9평(3㎡)이 확대됐다. 4인 가족 거주공간을 11평에서 12평으로 1평가량 늘리면서 추가 계산한 돈은 2만1000원. 치솟는 전셋값을 반영해 주거비용으로 보탠 게 이 정도란 뜻이다.



지난주 정부가 발표한 2014년 최저생계비(4인 가족 기준)는 163만820원이었다. 전년보다 8만4000원(5.5%)쯤 오른 액수다. 정부는 역대 세 번째로 인상폭이 크다고 자랑했지만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기초생활급여를 받는 수급자와 시민단체에서는 주거비용 급등 등을 고려하지 않은 비현실적 액수라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최저생계비는 주거·의복·식품 등 360여 가지 품목의 최저기준을 조사해 정한다. 평년에는 물가인상분만큼 올리고 3년에 한 번씩 표준가구를 정해 품목 및 가격을 조정한다. 2014년 인상률을 정하는 올해가 바로 그런 계측조사의 해이다. 올해 품목이 크게 조정된 건 교양오락비와 의복비 항목이다.



영화는 1년에 1회(가구원당)에서 2회, 아날로그 TV·카메라는 디지털로 바꾸는 등 교양오락비는 5개 항목이 조정됐다. 의복비의 경우 신사복·숙녀복 및 겨울내복 내구연한을 각각 12년에서 10년, 6년에서 3년으로 줄였다. 제법 바뀐 것 같지만 품목 조정으로 올린 돈은 피복신발비 4600원을 포함, 3만5000원 정도에 불과하다. 주거비·교육비 등 정작 목돈 드는 항목을 제대로 손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김은정 간사는 “50주 넘도록 상승한 전셋값이나 교육비 대신 상대적으로 값싼 소비재 위주로 조정한 게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에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줄넘기 가격을 따지면 소액일 수밖에 없다”며 “개별 품목 대신 인상률을 평가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인상률이 높냐, 낮냐를 두고도 논란은 있다. 복지부는 발표 당시 2014년 인상률 5.5%를 “역대 3위 수준의 높은 수치”라고 선전했다. 1999년 최저생계비 도입 이래 인상률 순위는 ‘7.7%(2005년)-5.6%(2011년)-5.5%(2014년)-5.0%(2008년)’로 역대 3위라는 복지부 설명은 맞다. 다만 계측조사의 해만 비교하면 꼴찌에서 두 번째가 된다. 시민단체 쪽에서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발끈한 이유다.



복지부 관계자는 “7.7%가 인상된 2005년에는 계측조사가 5년 만에 이뤄진 만큼 3년 단위인 이후 인상률과 단순비교하기 어렵다”며 “총 인상률 5.5% 중 물가인상분(소비자물가지수)이 1.5%로 낮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인상분은 3.9%로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