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찾는 美 때문에… BRIICs 비상구가 안보인다

입력 2013-08-19 18:03 수정 2013-08-20 00:17


해외 투자시장의 가장 강력한 투자처였던 브리익스(BRIICs, 브라질·러시아·인도·인도네시아·중국)가 무너지고 있다. 브라질은 지난해부터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비교적 안정적 성장세를 보이던 인도와 인도네시아도 최근 들어 해외 투자자들을 연일 울리고 있다. BRIICs는 브릭스(BRICs)에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인도네시아(Indonesia)’를 포함한 신조어로, 모건스탠리가 2009년 보고서에서 처음 언급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 16일 기준으로 인도 주가가 지난해 말보다 4.3% 떨어졌다고 19일 밝혔다. 인도 화폐가 평가절하된 폭을 감안하면 연초보다 무려 11% 하락한 셈이다. 주가와 채권가격과 통화가치가 동반하락하는 트리플 약세가 이어지고 있는 점은 더욱 문제다. 실제 인도 루피화는 지난 6월 사상 처음으로 심리적 저지선으로 불리는 달러당 60루피를 돌파한 이후 지난 16일 62.495루피까지 올랐다. 루피화 가치가 두 달 새 무려 12%나 떨어졌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주가는 지난 5월 고점에 비해 12.4% 빠졌으며 루피아화의 가치도 연초보다 6.5% 떨어졌다.

지난해부터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던 브라질 시장은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브라질 주가지수인 보베스파 지수는 지난 16일 5만1539로 연초보다 15.4% 하락했다. 러시아 RTS지수도 미국의 출구전략 우려 등으로 최근 하락폭이 커지면서 연초보다 12.7% 떨어진 상태를 보이고 있다.

한때 국내 투자자들에게 가장 매력적 투자처로 소개됐던 브리익스가 흔들리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 때문이다. 이들 국가는 2008년 이후 미국과 유럽이 흔들릴 때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이들 지역의 자본을 빨아들였다. 하지만 미국이 돈을 회수하는 상황에 놓이자 상환해야 할 빚이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출경기 둔화도 브리익스의 경제회복에 걸림돌이다. 하이투자증권은 ‘이머징 경기 반등시점은’이라는 보고서에서 브리익스 국가 중 브라질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수출 증가율이 둔화하거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리커노믹스’로 대변되는 중국의 구조조정과 부채축소 움직임도 악재다.

문제는 브리익스를 둘러싼 대외여건이 단기간에 개선될 여지가 적다는 점이다. 국제금융센터는 ‘국제금융시장, 9월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 보고서에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 외에도 다음달 미 의회의 정부 부채한도 협상에 따른 신용등급 하향 우려에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일본 정부의 소비세 인상 지연 가능성이 일본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질 경우 세계시장이 다시 출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승준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초쯤 되면 양적완화 축소 우려가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은 힘들어 보이지만 브리익스의 성장 자체가 훼손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고세욱 진삼열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