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신 고통스러워도 믿음에는 장애 없어요”… 서울 ‘너와나의교회’의 낮지만 높은 목회이야기
입력 2013-08-19 17:53 수정 2013-08-19 21:22
교인 3분의 2가 콜택시를 타고 교회로 출석한다. 택시비는 교회가 대신 내준다. 강남의 대형교회가 아니라 뇌병변장애인들이 섬기는 미자립 개척교회 얘기다. 서울 망원동 상가건물 2층에 있는 너와나의교회에 다니는 성도 30여명 중 20여명은 휠체어를 타는 뇌병변장애인이다. 담임 류흥주(48·사진) 목사도 뇌병변장애 1급이다. 이들의 기도제목은 개척 초기부터 한결같았다. “하나님 아버지, 우리들의 발이 돼 줄 승합차를 꼭 갖게 해 주세요.”
교회는 휠체어를 타는 교인 1명당 왕복 7000∼8000원씩 콜택시비를 지원한다. 성도 대부분은 기초생활수급자라 이런 지원이 없으면 신앙생활을 하기 어렵다. 교통비에 임대료, 관리비 등을 내다보니 교회에는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다. 몇몇 교회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교회 살림이 어려운데도 택시비를 지원하는 이유는 류 목사 자신이 장애인의 불편함을 잘 알기 때문이다. 장애를 안고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어머니 이종헌(76) 권사의 등에 업혀 주일예배에 출석했다. 류 목사는 “초등학생 때 가끔 교회 버스가 오지 않는 날이면 얼마나 원망스러웠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콜택시를 이용해도 성도들이 교회에 나오기까지 난관은 남아있다. 특히 연립주택에 사는 경우 택시기사가 휠체어를 옮기고 이들을 업어줘야 이동할 수 있다. 이 일을 도와줄 수 있는 남자 기사를 기다리다보면 3∼4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예배를 마치고 돌아갈 때도 콜택시가 잘 예약되지 않아 밤늦게까지 예배당에서 기다리곤 한다.
성도들은 “교회에 가고 싶어도 몸이 불편해 못 가는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으로 기도한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 교회 재정으로는 휠체어를 싣고 내릴 수 있는 리프트가 장착된 승합차를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류 목사는 “교인들과 휠체어를 태울 차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게 우리 교회의 꿈”이라며 “장애가 있더라도 하나님을 만나는 데까지 장애가 있어야 되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뇌병변장애인 목사 1호’라는 이유로 교계에서 반짝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교회를 꾸려나가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2011년 4월 서울 연남동에 교회를 개척했으나 지난 4월 망원동 상가건물 2층 116㎡(약 35평)짜리 예배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건물주의 반대로 재계약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성도는 “휠체어를 끌고 다니는 장애인이 드나드는 교회를 집 주인이 달가워할 리 없지 않느냐”고 씁쓸하게 말했다.
최근 류 목사의 건강도 악화됐다. 지난 7월 세 번째 목 디스크 수술을 받아 주일예배만 간신히 인도한다. 19일 경기도 화성의 자택에서 만난 그는 목에 보호대를 한 채 누워 있었다. 말을 하려면 3∼4초간 얼굴이 찌푸려질 정도로 고통이 심했다. 그가 건강을 회복할 때까지 수요예배는 같은 교단(기독교대한감리회)의 추연호 목사가 대신 맡기로 했다.
교회의 비전은 장애인들의 아픔만을 감싸 안는 게 아니었다. 장애인을 비롯한 세상 사람들이 모두 구원을 받아 행복해지도록 복음을 전하는 것. 류 목사는 “우선 장애를 가진 분들에게 하나님 말씀을 전하고 구원받은 장애인들이 힘을 합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불편함 없이 살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낮은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세상이 곧 모든 사람이 행복한 세상”이라며 레위기 19장 14절을 암송했다. “너는 귀먹은 자를 저주하지 말며 맹인 앞에 장애물을 놓지 말고 네 하나님을 경외하라 나는 여호와이니라.”
화성=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