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줄다보니… 빚 제때 못갚는 저신용층 급증
입력 2013-08-19 17:46 수정 2013-08-19 22:09
빚을 갚지 못하는 저신용층이 급증하고 있다. 고착화된 경기 침체가 저소득층의 어깨를 짓누르는 가운데 현 정부가 추진 중인 각종 빚 탕감 정책이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마저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저신용층을 대상으로 주 영업을 하는 제2금융권의 건전성도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NICE신용평가정보는 지난 2분기 기준 신용등급 10등급(최하위)의 불량률이 40.98%에 달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는 전체 평균(2.33%)의 17배에 달한다. 불량률이란 측정 시점부터 1년 동안 90일 이상의 채무를 연체한 사람의 비율을 뜻한다. 10등급자 10명 중 4명이 90일 이상 대출 원리금을 못 갚은 경험이 있다는 의미다. 50만원 이상 대출금을 90일 이상 갚지 못하면 금융채무 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가 되는 만큼 이들 중 상당수가 채무불이행자가 됐을 가능성도 높다.
10등급의 불량률은 지난해 1분기 32.30%에서 2분기 33.52%, 3분기 34.46%, 4분기 35.47% 등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8·9등급의 불량률 역시 지난해 1분기에서 올 2분기 사이 각각 8.75%에서 10.71%, 12.63%에서 15.13%로 일제히 상승했다.
이처럼 저신용등급자들의 불량률이 높아진 이유는 우선 소득 감소 탓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저소득층(소득 하위 20%)의 경상소득은 올 1분기 2.8% 감소하면서 지난해 4분기(-1.4%)보다도 더욱 상황이 악화됐다. 반면 전체 가구의 경상소득 증가율은 같은 기간 -0.9%에서 1.4%로 반등했다. 저신용자가 많은 저소득층만이 유독 소득 부진의 늪에 빠진 것이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용 하위등급은 저소득층과 다중채무자들이 다수”라며 “이들의 부채상환 상황이 악화되면서 불량률이 늘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박근혜정부의 부채 탕감 정책을 염두에 두고 모럴해저드가 일어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빚을 안 갚고 버티다 보면 언젠가는 면책이 될 수 있다는 잘못된 기대감이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새 정부의 부채탕감 대책 얘기가 나오며 경제사정이 어려운 사람들이 빚을 갚는 노력을 덜 열심히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저신용자들의 대출 부실이 높아지면서 제2금융권의 건전성 관리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저신용층의 채무는 주로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 등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NICE신용평가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저신용자(7∼10등급)의 가계대출 가운데 65.5%가 비은행 금융기관, 5.5%는 대부업체에서 빌린 것이었다. 이는 2010년 말보다 각각 0.8% 포인트, 0.9% 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반면 시중은행의 대출 비중은 29.0%를 기록, 같은 기간 1.7% 포인트 하락했다.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고 저축은행과 캐피털사, 대부업체로 넘어가는 저신용자들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제2금융권은 시중은행에 비해 대출금리가 높은 만큼 저신용자들은 더욱 빚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인호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기 보증재원을 통해 저신용층의 대출금리를 낮춰주는 한편 경기 개선을 하루빨리 꾀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