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벙커 간 朴대통령 “전쟁 잊으면 반드시 위기 온다”

입력 2013-08-19 17:39


박근혜 대통령은 을지연습 첫날인 19일 “천하가 비록 태평하다고 해도 전쟁을 잊으면 반드시 위기가 온다는 말처럼 어떠한 경우에도 확고한 안보태세를 갖추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지하벙커’로 불리는 국가위기관리상황실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이어 을지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을지연습은 1968년 북한의 청와대 기습 사건을 계기로 시작돼 45년째 계속해 오고 있는 국가비상사태 대처훈련”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청와대 기습 사건은 북한군이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하기 위해 침투했던 1·21 사태를 말한다. 회의는 박 대통령을 포함해 참석자들이 모두 노란색 민방위복을 입은 상태로 진행됐다.

박 대통령은 “전시상황에서 기관별 전시전환 절차와 전시 임무수행 체계를 정립하고 전시에 적용할 계획 등을 종합 점검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면서 “특히 개전 초기 장사정포 포격 시에 주민 대피와 방호시설을 점검하고 수도권과 후방지역에 대한 테러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어 “사이버 공격이나 위치정보시스템(GPS) 교란을 비롯해 최근 나타나는 새로운 도발 양상을 고려한 훈련에도 역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이 보유한 다양한 생화학 무기가 사용됐을 경우 예상치 못한 의약품이 필요하거나 또 계획보다 많은 의약품이 일시에 필요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예를 들어 탄저균 같은 생물학 무기의 경우 치료제나 백신이 충분히 구비돼 있는지, 화학무기가 사용되면 군과 민간 모두 충분한 의약품 보급을 받을 수 있는지 등을 치밀하게 고려해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와 함께 주요 시설 폭격으로 인한 단전·단수 시 비상식량 준비 상황, 민간보급 전시 식품 실용성 여부 등의 검토를 지시했고 국내 수출 중소기업들이 수출금지 전략물자를 수출하다 적발된 사례를 거론하면서 세심한 관리를 주문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NSC를 주재했다. 북한 도발 위협이 고조되던 지난 4월과 6월에는 NSC 대신 외교안보장관회의가 열린 바 있다. 박 대통령이 국가위기관리상황실에서 회의를 주재한 것도 처음이다. 지난 3월 북한군 동향과 우리 군 대비태세를 보고받기 위해 방문한 적은 있다.

박 대통령이 국가위기관리상황실에서 NSC를 주재한 것은 실전과 같은 대비태세를 보여주면서 굳건한 안보 의지를 강조한 대목으로 해석된다. 북한과 개성공단 정상화 실무회담이 타결되면서 대화국면이 열렸지만 도발에 대해선 한반도 정세와 관계없이 철저하게 대비해야 된다는 메시지인 셈이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